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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20. 2019

브랜드마케팅을 하며 생긴 일터에서의 로망

브랜드와 함께 나이 먹으며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것  

이솝 브랜드를 좋아한다. 제품력, 향, 브랜드 철학 모두 좋지만, 현재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는 수전 샌터스의 이야기를 특히 좋아한다. 수전 샌터스는 1987년 이솝의 파운더 파피티스의 측근에서 심부름, 접객 등을 담당했던 조수였다. (파운더 파피티스는 미용사였다) 당시 독한 헤어 제품들에 불만이었던 파피티스에게 ‘직접 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떠냐’라고 권했던 것이 시작이 되어 지금의 이솝이 있게 한 트리거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87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파피티스(파운더)와, 이솝과 함께 해 온 것이다. 거의 브랜드와 역사를 함께 한 인물인 셈이다. 매거진B 이솝편에서 나는 이 스토리가 가장 감동적이고 뭉클하다. 브랜드와 함께 나이 먹으며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너무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삶을 살아봐도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은 이후에도 내 이야기, 내 삶의 조각을 남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나의 청춘과 생명력을 가득 먹고 자란 브랜드를 남기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이솝을 통해.



존나 쩌는 ‘우리의 역사'를 향유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18년도 1월에 파리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 썽드그레와의 미팅을 위해서이다. 썽드그레에는 10년 넘게 그곳과 함께 한, 그리고 썽드그레의 아시아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끼친 한국인 매니저가 존재한다. 공식 미팅을 마친 후 우리는 사석에서 와인을 마시며 그녀의 10여 년 간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와 10년 넘게 함께 일 한 상사이자 친구인 자에게서 그녀에 대한 신뢰와 존중, 애정, 우정, 의리 등 각종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답고도 부러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하나의 나의 낭만이 되었다. 10년 이상 함께 치고받고 으쌰으쌰하며 치열하게 일 한 동료들과, 우리들의 쩌는 성과와 멋졌던 시절에 대해 밤새 수다 떠는 것, 이것을 하고 싶다. 이것이 나의 일에 대한 유일한 로망이다.  




일을 하는 연차가 쌓여갈수록 목표 달성/성취 이상으로 존귀한 것들이 일터에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알아가고 있다. 낭만, 꿈, 희망, 성장, 우정, 의리, 신뢰, 역사와 같은 것들 말이다. 스킬이 늘어가는 것보다 이런 것들을 마음으로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더 기쁘다. 이 멋지고 소중한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면 좋겠다. 나와 일 하는 사람들은 일터가 돈을 벌어가는 것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곳이라 느끼면 좋겠다.(물론 돈도 많이 벌어가는 것은 기본이 되길 희망한다.) 그러려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더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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