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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Dec 11. 2020

올리브영의 독주

알고 보니 존버의 대명사 올리브영


2000년대 황금기를 누렸던 로드샵 브랜드들, 드럭스토어 롭스/랄라블라는 저성장을 넘어 희망퇴직까지 받는 판국에 올리브영은 오히려 매장 수가 늘었다.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17년 1074개, 2018년 1198개, 지난해 1246개에서 올해 7개 매장이 더 늘어난 1253개이다.

코로나 이후 발 빠르게 디지털에 총력을 가하고 있는 올리브영은 온라인 거래액은 물론 디지털 트래픽도 집어삼키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의 뷰티 앱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올리브영이 앱 사용자수는 물론 사용률까지도 화해를 앞질렀고 그 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올리브영 웹사이트에 등록된 고객 리뷰 수가 610만 건을 돌파하여 화해의 리뷰수(560만 건)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곧 올리브영과 화해의 사용률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화해 앱은 주로 구매 직전 단계에서 '리뷰 확인'을 위해 사용되었는데, 이 기능을 올리브영이 대체하게 된다면 화해 앱에 접속할 동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것은 올리브영은 단순히 리뷰를 정량적으로만 앞지른 것이 아닌 정성적으로도 향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뷰의 다각화

올리브영은 리뷰의 양을 넘어, 리뷰의 신뢰도&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재밌는 서비스들을 사이트 구석구석 채워 넣었다. '매장 직원 추천 리뷰'라는 기능은 당근 마켓을 연상시킨다. 당근 마켓에서 거래자 간의 신뢰가 높은 이유는 '같은 동네 사는 사람(그러니까 내 이웃)이 설마 나를 속이겠어?'라는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저 '매장 직원 추천 리뷰' 기능 또한 같은 방식으로 묘한 신뢰감을 형성한다.




자체 앰블럼을 통한 신뢰도 강화

올리브영은 올초 올리브영 클린 뷰티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브랜드들에게 앰블럼을 부여했다. 이 전략은 세포라의 전략과 완전하게 동일하다. 이런 전략은 올리브영이 단순 유통기능만 하는 채널을 넘어, 어떤 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선포이다.


단순 딜리버리만 하는 것이 아닌, '좋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기준'을 직접 만들겠다는 메시지는 소비자 입장에서 더 엄격하게 좋은 제품을 선별해 올 것만 같은 기대감과 동시에 신뢰감을 준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는 것이 숙명인 브랜드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이런 앰블럼을 갈구하게 된다.


앰블럼 또한 화해와 같은 뷰티앱이 브랜드들에게 오랫동안 팔아왔던 광고 상품 중 하나로, 올리브영의 행보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올리브영이 만든 뷰티앱

이 뿐만이 아니다. 아예 별도의 뷰티앱도 만들어 버렸다. 올리브영은 뷰티를 아예 씹어먹고 싶은 것 같다. 이 앱을 만든 의도는 아마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뷰티 브랜드들의 빠른 소싱 때문이지 않을까. 뷰티 브랜드 랭킹은 변화 주기가 빠르고 잦다. 상위 랭킹은 변화가 덜한데 비해 올리브영이 소싱하는 브랜드들은 랭킹 변화가 잦은 중간층 브랜드들이다. 신상 브랜드 발굴을 위해 이보다 좋은 전략이 또 있을까.






알고 보니 20년 존버 한 올리브영

이런 올리브영의 독주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아모레를 거쳐 약 20년가량 뷰티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업계 대선배님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 올리브영이 20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통화를 끊고 검색해보니 정말 1999년 창립되었더라.



올리브영은 1999년 설립 이후 오랫동안 적자를 유지하다가 매장이 50곳을 넘어선 2008년에야 흑자로 돌아섰고 200호점 돌파까지 14년이 걸렸다고 한다.


올리브영은 오픈 초기 외국의 드럭스토어를 표방하다가 국내 약사회의 강한 반발로 화장품 매장과 편의점 중간의 어중간한 형태를 가져가게 되었다고. 매장 한가운데 스낵류를 잔뜩 쌓아두고 저가에 판매하는 데 주력하던 시절도 있다고 한다.


올리브영이 20대 여성으로 주 타깃으로 잡고 화장품 중심 전략에 집중한 것은 2008년이고 그 해는 첫 흑자전환의 해이다. 그 해 취임한 대표가 신세계백화점 엠디 출신으로 화장품에 정통했던 분이라고.


흑자전환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기업가치 의혹과 CJ 계열사 간의 통폐합이 이어지다가 작년 2019년 올리브영이 단독 법인으로 분리되어 나왔다. 그리고 2022년엔 IPO 예정.





"존버 하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들었던 사례.


존버 할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자금을 조달해 준 재벌 기업 덕분이겠지만, 수많은 유통재벌과 해외 드럭스토어들이 망해 나가는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장의 흐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득이 되지 않을까 하여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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