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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작가 Jun 13. 2023

햄스트링이 맛있게 아플 때 나는 웃는다.

     

아 이 새로운 느낌은 무엇인가? 나는 한 번도 알지 못했던 근육의 아픔을 느낀다. 하루하루 달리기를 축적해 가고 몸은 그에 따라 단련되었다 풀렸다 한다. 달리기는 전신운동이지만 제일 많이 쓰이는 근육은 허벅지의 후반부 햄스트링, 옆면의 싸이, 종아리 쪽 가자미근과 엉덩이둔근이다. 내 몸에 있는 줄도 몰랐던 근육들이 쓰이고 나는 통증이 느낄 때 그것의 존재감을 새삼 알게 된다.   

   

나도 내 몸에 근육이란 게 존재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초등시절 밖에서 노는 것보다 집에서 책 보는 게 좋았고 중고등시절에도 운동은 가급적 사양하겠군 싶은 오동통한 아가씨였다. 하루종일 집에서 책 보다 TV보다 낮잠 자는 보노보노처럼 살았다. 바지는 항상 배의 주름을 가릴 수 있도록 배바지를 입었고, 우람한 허벅지와 힙을 가릴 수 있는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치렁하게 입고 다니는 몸이었다.    

  

20대와 결혼적령기에 들어 살은 보기 좋게 빠진 정도가 58kg(내 키가 160cm이니 보기 좋은 정도의 비율이었다)로 유지했다, 아이 둘을 임신하고 낳는 3년 동안, 몸무게는 20kg 찌웠다 뺐다 하는 수준이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갈 때까지 나는 내 몸이 어느 상태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아줌마 몸이려니 하고 살았다. 옷은 항상 66 사이즈를 입었고 목 아래에는 거대한 승모 근육이, 땀이 고이는 주름진 뱃살과 다리에는 하지정맥류가 있었음직한 보라색 실선과 희미하게 살이 튼 자국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아이들에게 불러주었던 동요 <곰 세 마리>는 ‘곰 네 마리’(아이가 둘이니까)로 개사해 불렸는데, 남편은 짓궂게도 엄마곰은 뚱뚱해 하마 같아~를 큰 소리로 부르고 위트 있는 사람인 양 웃었다. 아 얄미운 그 얼굴... 내가 그 꼴이 보기 싫어서라도 살을 빼고야 만다. 하루는 단식을 저녁쯤에는 허기지니까 500ml 시원한 맥주에 과자 한 봉을 먹는 최악의 식단을 지속했으니 별 효과는 없었다. 칼로리상으로는 하루 소모 칼로리에 못 미치게 먹는 셈이지만 셀룰라이트가 쌓이기에 딱 맞는 식단의 반복이었다.      

큰애 담임선생님이 “임신하셨어요? 그럼 셋째?”라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애써 자기부정을 하고 등한시했을 거다. 적어도 나는 스스로를 관리하는 여자라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 그런 자기 관리가 아주 이상한 방법으로 자기를 학대하는 행위라는 걸 애써 부정한 채 굶고 폭식하고를 무한 반복했다. ‘하마’와 ‘임산부’에서 벗어나고자 운동하고 식단조절하는 관리하는 여자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 만보 걷기, 하루 한 끼 먹기 혹은 원푸드 다이어트로 손쉽게 살 빼고 싶었다.    

 

그러다 시작한 게 공복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이다. 특히 내게 있어 달리는 너무나 매력적인 운동이었다. 일단 늘 가족 넷이 들락날락 복잡한 우리 집에서 ‘현관령’(현관문만 넘으면 펼쳐지는 신비한 운동세상)을 벗어나면 최소 혼자 있을 수 있는 1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들이 깨기 전이나 아침밥으로 나를 찾기 전에 해치워야 하는 한계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인 것만으로도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발 떼어 뛰기 시작한 게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이제 내 몸의 근육을 아는 여자다. 근력운동을 하며 몸을 자각했고, 운동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근질거리는 상태가 되었다. 러너에게는 달리는데 필요한 근육들이 있다. 또 복근을 비롯한 허리기립근을 잘 세워두지 않으면 자꾸만 넘어져 부상이 생긴다. 날마다 한풀이하듯 5 ~ 10km를 뛰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하루라도 쉬면 몸이 근질거렸다. 단단한 근육이 풀리는 게 싫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정비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오늘 아침은 왠지 뛰려다 주저함이 생겼다. 가을에 있을 JTBC 마라톤 대비로 10km를 뛰겠다  계획했지만 어제 한 근력운동 스쾃의 여파로 햄스트링이 아프다. 근력이 세로로 찢어지면서 근력량은 늘어난다. 그때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오랜 근력운동을 하면 그 자극을 느끼는 게 쉽지 않다. 웨이트 증량을 하거나, 회차를 늘려 이른바 힘들게 해야 알게 되는 그 느낌이다. 어제 근력운동 열성도를 오늘 아침 달리기에서 느낀다. 아 어제 운동을 성실히 잘한 게다. 아 맛있다. 가수 김종국이 자기 근력운동을 소개하는 유튜브에서 근육이 자극될 때 ‘맛있다’ 하며 웃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 오늘 운동은 굿굿. 맛있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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