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리는 작가 Aug 23. 2023

운동은 돈이 아니라 병원비를 아껴준다니까요

고물가시대에 돈을 아끼는 게 곧 부자가 되는 법입니다. 돈을 어떻게든 아껴보겠노라 다각도로 고민하게 되지요. 앞서 말했듯 저는 두 아이를 평범한 학원 교육으로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교재비를 포함한 교육비가 집생활비의 50%를 차지하고 있고요. 점점 더 그 비중이 높아져 갑니다. 노후를 위한 연금이나 적금을 정지상태로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겠지요.    

  

근력운동으로는 웨이트, 유연성을 위해 필라테스 운동을 하는 저를 보고 사람들이 호사스럽게 산다고 평가하곤 합니다. 시간과 돈을 그렇게 자기를 위해 쓰다니 “대단해!”라고 말하는 얼굴이 곱지만은 않군요. 너를 위해 그렇게 쓸 돈으로 아이들 교육에 투자해야지 하는 생각이 읽힙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없어야 돈이 허투루 세지 않고 건강한 가족관계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몇 년 전의 제 몸은 음식을 외면하는 배고픈 다이어트와 요요의 반복은 제 몸 구석구석을 셀룰라이트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배와 뒤쪽 허벅지가 울퉁불퉁하고 종아리 쪽에는 보라색 실선인 하지 정맥류 증상까지 있었죠. 몸무게는 58kg에서 64kg을 오르내리고 있었는데요. 60킬로가 넘으면 굶어서 살을 빼고 다시 목표에 도달하면 폭식을 거듭해서 점점 더 몸의 부기가 살로 자리 잡고 있었던 때입니다. 그때 어느 날 갑자기 왼쪽 어깨가 ‘뻑’하는 소리와 함께 잘 돌아가지 않더군요. 싱크대의 상부장에서 반찬 그릇을 꺼내려면 엄청나게 힘이 들었답니다.      


또 승모근은 얼마나 비대해졌는지 목과 어깨가 결려 자다가 깨서 어깨를 쭉 펼쳐야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답니다. 병원 싫어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재활의학과를 찾았더니 승모근 비대와 함께 라운드 숄더이므로 체외충격파치료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몸 안에 작은 전류를 흐르게 해서 자극을 주어 신경을 깨어나게 하는 치료입니다. 한번 치료에 20여만 원 총 4번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고가였지만 아픈 데는 장사 없다는 생각에 실손보험으로 커버하기로 하고 치료에 돌입했습니다.      


고가의 치료인 것도 어려웠지만, 치료받는 동안 너무 아프더군요. 눈물이 절로 흐르고 ‘악’ 소리가 날 정도였어요. 병원 치료가 끝나갈 무렵 의사 선생님이 재활운동 몇 가지를 가르쳐주셨습니다. 다시 이렇게 아프지 않으려면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꼭 하라는 말과 함께요. 그래서 일주일여 고민하다 근력운동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여성 전용 헬스장에 등록했어요. 살도 빼로 근력운동을 해보려고요.    

  

그리고 운동을 좀 제대로 배워 보고 싶어 졌어요. 바벨을 드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퍼스널트레이닝을 받기로 합니다. 한 회 수업이 5만 원 정도인데 30분 정도 근력운동만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고관절이 타잇하고, 아킬레스가 경직되어 근력운동의 기본인 스쾃을 배우는데 일 년이 걸렸어요. 고관절도 풀고, 힙힌지를 잡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주 2회 하는 수업은 수업 때 몸을 풀어서 겨우 동작 하나를 배우면 다음 모임에는 어김없이 몸은 잊어 굳은 상태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몸이 달라져서 일 년쯤 되어서 중량을 올리고 다른 근력운동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등, 어깨의 근력운동까지 근력운동을 2년 동안 꾸준히 했습니다. 저는 지루함을 잘 느끼지 않습니다. 뭔가 될 때까지 꾸준히 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웨이트를 꾸준히 늘려가고 제대로 된 동작으로 운동을 할 때면 제대로 자극이 들어갑니다. 찌릿하고 뭔가 연결된 느낌, 신경이 뭔가 이어지는 느낌이 좋아 계속 운동을 하게 됩니다.      


유튜브에서 프로 운동 인플루언서들의 설명을 듣고, 거울에서 자세를 교정하고 또 내 몸의 근육을 드러나게 사진까지 찍고 있노라면 신웃음도 나곤 했죠. 내가 마흔 넘어 뭐 하는 건가? 지금 이 나이에 내가 몸짱이 되려는 건가? 그러고 나서 바디프로필을 찍었죠. 중년 넘어서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흔히 보는 란제리룩이나 과도한 노출이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건강한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느끼게 된 건 운동하면서 또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돈이 들어간다는 걸 알지만, 또 그게 거기 쓰이지 않았다면 고스란히 병원비로 쓰였겠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어깨 체외 충격파 비용이면 한 분기 이상의 PT를 받을 수 있고, 또 물리치료나 다른 병원에 다닐 비용이면 필라테스 비용이 충분히 나오고도 남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기 효능감도 느끼고, 또 목표한 바가 이루어질 때의 쾌감은 자아성취도 이루게 하니 몸 튼튼 마음 튼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운동하면 돈을 아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병원비는 들지 않습니다. 제가 3년 전 재활의학과에서 큰돈이 들어간 이후 코로나걸려간 것 외 병원비가 들지 않았거든요. 만성 비염에 간절기 인후통과 축농증, 담이 쏠려서 한방치료까지 각종 질환을 앓던 사람이 운동량이 늘며 서서히 자기 몸을 조정하는 법을 배우며 달라지고 있습니다. 운동하면 ‘병원비’는 들지 않습니다. 내 발길이 아픔과 수고로움을 동반하는 병원보다 짐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 충분하지 않습니까?

작가의 이전글 삼시 세 끼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