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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작가 May 29. 2023

달리는 여자의 명품오픈런을 위해

달리기 동기 부여가 필요한 당신에게 띄우는 글(바쁜 엄마보시오)


달리는 여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운동을 행하기 위한 준비를 먼저 갖춰야 한다. 준비를 위한 준비... 말이 어렵긴 하지만, ‘돌봄’과 ‘노동’의 중간에 있는 우리들에게 잠시의 짬이라도 계획하지 않으면 실행을 붙잡는 변수가 늘 존재한다. 그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미리 준비’가 답이다.

자 그렇다면 달리기를 위한 준비는 어떤 게 있을까?


먼저 시간을 내어야 하고, 그리고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장비를 갖춰야 한다. 장비라고 하니까 거창하게 들리지만, 달리기 첫 발을 떼는데 ‘고가의 러닝화나 러닝전용 복장을 갖추려는 시도’는 되려 내 발걸음을 늦출 뿐이다. 집에 있는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털어 입고, 꺾어 신었던 운동화 뒤축을 올려 신발끈을 바짝 묶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미 문밖을 나오는 것으로 당신은 위대한 걸음을 시작한 셈이니까.


내가 말하는 준비는 내 발목을 잡는,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롭기이다. 러닝을 하러 나가기 전에 3일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아니 거창한 준비가 필요 없다고 하고선 무슨 말일까 싶지만, 돌봄의 주역인 내가 할 일이 먼저 원활한 게 좋다. 평일이라면 두 아이 아침 식사를 위한 밑 준비가 끝나야 한다. 아이들은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나서야 한다. 두 아이가 다 고등학생이 된 올해는 그 시간이 7시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아침 식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나, (왜 두 아이가 모두 다 만날 속이 안 좋은가) 속이 안 좋을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국과 반찬 한 가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두 아이 다 아침을 새 모이만큼 먹지만 그래도 꼭 먹겠다 든다. 그래, (너희는 요청할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 깔깔한 그들 입맛에 맞추어 맛있게 먹을 한 가지 음식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냉장고 안의 식재료와 두 아이 최근 급식 메뉴정도는 파악해 두는 게 좋다. 군말 없이 “맛있게 먹겠습니다”하는 아이들을 기르는 복을 나는 갖지 못했다.


러닝을 나가기 전에 한 가지 더 준비할 게 있다. 나의 캐리어이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한데, 나는 전날 저녁 준비해 둔 과정의 ‘리드문’을 새벽같이 배달한다. 필사의 요약문, 함께 읽기를 독려하는 글 등 하루를 시작할 같은 과정의 학우들에게 내 글을 배달한다. ‘오늘 아니 읽으며 가시가 돋아요’ 식의 글이 그들에게 가 닿기를..


즉 내가 6시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려면 약 2시간의 준비가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이 같은 사정은 나와 같은 여성들에게는 빈번한 문제이다. 왜 여자들은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가?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도 왜 만사무탈과 가화만사성의 짐이 등에 떠안겨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치사하지만 방해받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만다.


내가 변화하기 어려운 만큼 그들을 변화시키기란 더욱 어려운 법이니까. 딱 내가 운동할 1시간을 확보하려면 그전에 나는 3시간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게다. 운동하는 사이에는 핸드폰을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다. 아이의 학원 혹은 학교의 알림,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의 알림이 계속 쏟아져 들어온다. 한 시간 정도 ME타임을 가져보자. 그 명품과 주옥같은 시간은 내 삶에 대한 만족도와 일에 대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3000킬로미터를 넘기고 산 전문가용 러닝화 호카 rocket 솔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잠시 운동을 멈추었다. 거기에 응대하고 오면 겨우 높여놓았던 나의 심박이 정돈되어 버린다. 이것이 자주 반복되면 운동의 효율 따윈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운동을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 챙겨야죠. 혹은 집중하지 못해서 자꾸 빠지게 돼서요. 자기 탓인 양 핑계를 올리는 사람의 경우, 결국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에서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서인 경우가 크다. 불가피한 갈등을 피해버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결국 가장 쉬운 자신의 도전을 포기하는 거다.


운동의 효율이 오르기도 전에 그들은 다시 자신의 방구석으로 들어간다. 결국 연예인들의 아름다운 몸매와 관리된 식단은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자위하며 다시 가족들이 남긴 밥과 스트레스 해소용 고칼로리 간식을 씹고야 만다. 즉 중년 여성, 엄마의 운동이란 심리적 독립이라 볼 수 있다. 비행기 사고 시 산소호흡기 착장이 요구될 경우, 돌보는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라는 경고문이 나온다. 운동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운동할 이유는 딱 한 가지 ‘나를 돌보기 위해서’이지만 운동하지 않을 이유는 수만 가지이다. 그래서 운동하려는 마음을 중간에 꺽지 않으려면 심리적 독립이 나에게도 가족들에게 모두 필요하다.


달리는 여자들이여, 명품 신상이 출시될 때 뛰어가는 사람들의 욕망을 탑재하자. 내 삶을 위해 내가 건강해야 가족이 건강하다는 마음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라. 그게 우리가 진정 가질 수 있는 명품 런이다. 다이아몬드 같은 땀방울이 반짝일 때 우리 삶이 명품으로 자리 잡는다. 이제 그걸 가슴에 새기러 뛰어볼 차례이다. 운동화를 신고 현관 밖으로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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