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마라톤을 세번 완주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았다. 한번이고 3번이고 별다를 바 없다 생각은 하면서도 왠지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때 당시의 레이스를 다시 떠올리곤 한다. 마라톤은 무슨 맛일까? 네 시간 이상을 달리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맛은 짜고, 비리고, 달콤한 맛이었다. 음식으로 치자면 마라탕이라 비유해도 될까?
마라톤을 시작하는 이른 아침의 공기는 상쾌한데다 흥분이 들끓는다. 그 공기의 맛은 세상에서 맛 본 적 없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긴장되는데다 오늘 그간 준비했던 레이싱을 마치면 또 완주한 기쁨을 맛보리라는 생각에 흥분도 된다. 대회 당일날 아침에 몇 만의 인파들이 한꺼번에 모여 시작을 기다리는 데다, 또 그들을 응원하러 나온 각종 군중들을 보면 흐뭇한 만족감에 배 속이 꼬르락 거리기도 한다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배변 습관과 물을 마시는 시간도 조절한다. 3번의 마라톤 대회에서 나는 마침내 3번째 대회에서 중간에 화장실을 가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꽤나 오래 훈련을 거듭해서인데, 자연분만으로 아이 둘을 낳은 뒤 느슨한 질이 방광의 잔뇨를 버틸 수 있도록 코어 운동을 거듭했던 성과를 보았다. 대회 주최측이 대회장 인근에 간의 화장실을 세워두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동시에 화장실을 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화장실만 안가도록 훈련해도 10분은 족히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대회 중간은 주최측이 준비한 물과 음료, 간식들만이 느껴진다. 뛰는 동안 먹은 간식은 그야말로 정말 꿀 맛인데, 에너지를 끌어 올리려 고함량 에너지겔을 섭취하기도 하고 소화 흡수가 빠른 바나나, 초코파이 등을 섭취한다. 에너지겔은 카페인이 농축되어 있어 몇몇 러너들은 배앓이를 앓기도 하는데, 나도 비슷한 증상을 겪은 바 있어 나는 일본산 소금사탕을 대신 먹는다. 사탕이 단 맛이 아니라 약간 짠 소금 맛이다. 땀을 흠뻑 흘리는 대회에서 소금이 필요하다 느낄 때 제법 큰 사이즈의 사탕을 하나 입에 넣고 달리면 갈증이 가시는 기분이라 추천한다.
대회 중간에 마시는 이온 음료와 물, 간식들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이것보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마시는 강력한 탄산, 콜라의 맛을 나는 아주 사랑한다. 콜라의 단 맛과 온 몸에 퍼지는 탄산의 기운은 지친 몸을 다시 일깨워 주는 맛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콜라의 짜릿함을 더 느끼게 되었으니, 어쩌면 나는 이맛에 마라톤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5시간 동안 1000칼로리 이상을 소모하고 난 뒤 마시는 짜릿한 콜라 한잔은 정말이니 감탄 그자체이다.
비염 환자는 입을 벌리고 호흡하기 일쑤인데 그러다보면 입술이 터지거나 목안의 작은 혈액이 터져 피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당황하기보다는 아! 내가 열심히 달리고 있구나 내 몸이 열렬히 반응해주고 있구나 생각하고 다음 레이스를 차분히 준비하면 된다. 결국 마라톤을 다 마치고 나면 내가 느끼는 맛은 피,땀, 눈물의 맛이다. 고통과, 번뇌 그리고 감격을 하모니를 느낀다. 이 절묘한 조합은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으므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맛이다.
한편 한껏 훈련하고 난 뒤의 맛은 죽을 맛이다. 완수했다는 기쁨에 얼굴은 환히지만 속에서는 2시간 전에 먹은 음식들이 평상시의 통로가 아닌 반대쪽으로 튀쳐 나올 정도다. 위가 꼬일정도로 온 체력을 다 소진한 뒤의 러닝은 토할 정도로 나를 밀어부친 기쁨과 환희의 맛이다. 그런 날엔 집에서 꼭 맥주 한캔을 콸콸 들이 부어야 한다. 사는 맛을 느끼도록... 안먹어본 사람은 모르는 이 맛, 나만 당할 순 없지. 러닝 정말 재밌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