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러너입니다. 풀코스 네 번 했습니다.
두 문장의 순서를 바꿔 말하면 안 된다. 여기는 러닝스쿨 자기소개는 페이스와 참여대회이력으로 대신한다. 러너의 계급장이라 볼 수도 있는 이런 숫자정보는 내게 라벨링 되어 있다. 풀코스 네 번 완주에 우와하고 봤다 평균페이스 630에 에잉하고 돌아보는 게 러너세계다. 세상에 잘 뛰는 사람이 왜 그리도 많은 건지 풀코스는 서브4(42.195km를 4시간 안에 뛰는 속력을 가진 사람)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기준에 나는 성장이 멈춘 펀런자(즐겁게 뛰는걸 추구하는 사람)이다.
밝히자면, 나는 노력형러너다. 취미 혹은 욕망발현에서 러닝을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주변에 런친자급으로 러닝의 이점을 자랑하든 늘어놓는 순수한 기쁨추구형이다. 혼자 뛰다 보니 시티런이 하고 싶어 졌고 크루생활을 하다 보니 서울의 주력대회뿐 아니라 지방대회까지 원정을 다니는 열정러너가 되었다. 한 오 년을 뛰다 보니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잘 뛰고 싶어 마라톤 대비 훈련반을 운영하는 러닝스쿨에 등록해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라고 하니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학원이 하나둘 생기던 시절에 학생이었다. 우리 모친은 아들만큼이나 딸교육도 중요하게 여겼고 나는 오빠가 다니던 학원을 고스란히 따라다녔다. 영어, 수학, 이어 종합반에서 대학입시를 위한 논술까지 공부 좀 하는 아이에게 남녀차별 없는 지원이 이어졌다. 학원 수업은 편하게 숙제만 잘하면 되었고 학교공부보다 한 학기 먼저 배우고 학교생활은 아는 걸 복습하는 재미가 좋았다.
당시는 공부 잘하는 애들만 우월하게 대접하던 시절이다 체육, 미술, 음악실기에 재능 있던 아이들은 공부는 등한시해도 별문제가 없던 때이기도 했다. 기능우선주의, 실력우선주의가 학교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아이들은 성적순대로 학교에서 취급받았다. 나는 학교서 모범생에 우수성적군이었으니 운동을 잘하던 친구들 세계와는 다른 데서 놀았다. 몸은 아프지만 않게 관리하면 되는 거였고, 운동은 티가 나지 않는 범위에서 시험에만 통과하면 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학원을 멀리해도 되는 지금 이때, 오로지 내 취미를 위해서 운동을 돈 들여 배우고 있다. 나는 가끔 내 몸을 정말 잘 모르겠다 생각한다. 운동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싶을 정도로 나는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있다. 왜 몸은 또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건지 가끔은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리듬감과 유연성이 이렇게 떨어져서 내 몸을 잘 가눌 수 있을까? 걱정도 한다.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아서 가끔 속상한 날이 반복되기도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내 마음대로 몸 움직이는 게 어려운 건지 그걸 하는 일들이 가끔은 즐겁고 때로는 힘들다. 남편과 아이들은 기껏 돈을 들여 취미를 배우고 있느냐고 그걸 관리하는 내게 반문하곤 한다. 재미있어? 왜 그렇게 열심히 해? 이번 준비를 준비하며 나는 다시금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가 처음부터 잘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도 아닌데 여태껏 마라톤을 하고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준비하는 사람' 멈춰진 듯해도 계속 움직이고 있는 효능감으로 나는 나를 다시 세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