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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스턴휴 Mar 02. 2022

일기-00

Wonderlust.1

수많은 소설의 구절이나 싯구에서 나는 '방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방랑'이라는 단어는 어느 한곳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한곳'이라 함은 한직장에 정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한사람에게 정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랑'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좋은 의미로 쓰인적이 없다. 태초에 사람들이 농업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현대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의 패턴은 그리 변한 적이 없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한장소에 정착을 의미하고, 이것은 자기가 나고 자란 동네를 거의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은 한 세대의 미덕이었고 나아가 시대의 미덕이었다. 역사속에서 방랑과 거의 동일시되는 '집시 민족' 이나 '유태인'들은 취급이 좋지 못했고, 항상 핍박의 제 1순위 민족들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유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대표적으로 '보부상'이나 '남사당패'들은 사람들에게 좋게 인식되지 못했다. 현대 세계가 겉보기에는 옛날과 달라보일지  몰라도, 그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직장'과 '좋은 사람'에게 정착하기를 원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결코 좋게 비춰지질 못한다. 그러면, '좋은 직장'이나 '좋은 사람'의 범주를 넘어서서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좋은 삶'이란 자기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고, 자기자신이 뭘 원하는지 아는 삶, 이것이 진정으로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세계에는 고도로 발달된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시스템'의 존재이유는 사람이 누군가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삶에 순응하도록 만들어진 체계를 의미한다. 이 체계를 인식하지 못하면 진정 좋은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고민은 존재할수 없다. 나에게 있어 '방랑', '방랑자'란 이런 체계 따르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삶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순전히 내생각이지만, 나는 지금의 시스템에서 성공한 사람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자들에게 '진정으로 행복하냐?'고 물으면 단언컨데 곧바로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이 시스템에서 말하는 성공적 삶이란것을 살아본적이 없고, 많은 돈을 벌어본적도 없다. 나는 그저 지적 방랑이나 실제적 방랑을 하면서 내가 깨달은 사람의 본질에 빗대서 얘기하는 것이다. 지금세계 역시 역사안에서 지나가는 한세대일 뿐이고, 지금의 성공적인 시스템이라고 하는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는 정립된지 400년도 채 안되는 체제이다. 그에 반해 '왕정주의'나 '독재주의'는 그 전 몇천년을 지속해온 체제이다. 다시말하면, 결국에는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도 무너질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서방세계에서는 벌써 그 싹수가 보이고 있다. 나는 이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좋은 삶을 살기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든지 시스템안에서 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방랑은 필연이다. 그것이 지적방랑이든 실제적 방랑이든 그런 생각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방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새삼 새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가 생긴이래 이어져온 전통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근대에는 대표적으로 '랭보'나 '고흐'같은 사람을 생각해보고, 고대에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예수'나 '부처'를 생각해보라, 이사람들은 말할것도 없이 그시대의 눈으로 보면 '방랑자'였고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그시대의 대단한 부자였는가 하면 그것도 절대 아니다. 예수는 목수의 아들이었고, 부처는 부자였지만 모든것을 버린사람이었다. 랭보나 고흐 역시 절대 부자라고는 할수 없는 사람들이고, 오히려 처참하게 죽어갔다. 이러한 사람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계속 회자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사에서 진정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결코 시스템안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시대를 거스른 방랑자들이었다. 


나는 좋은 삶이란, 자기자신에게 집중하는 삶, 자기자신이 뭘 원하는지 아는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앞서 언급했다. 이러한 조건의 첫째로는 지적방랑과 실제적방랑을 하는것이고 둘째로는 시스템안에 살면서도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본다.


뭔가 대단하게 쓴것 같지만, 이것은 그저 나의 삶의 지론을 읆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방랑했던 것들을 여기 일기 형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단순히 불면의 밤에 할수 있는 가치있는 것이 이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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