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타던 자전거도 타게 만든 도시, Porto
포르투갈의 수도는 리스본이다. 하지만 여행지로는 리스본보다 포르토가 더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리스본을 좋아하지만, 포르투갈에서 한 도시만 여행으로 추천해야 한다면 단연 포르토이지 않을까.
해리포터의 배경이 된 렐루 서점, 마제스틱 카페, 포트와인과 와이너리 투어, 동 루이스 다리와 광장, 아줄레주 그림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상벤투역,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가게, 치즈같은 문어와 돼지고기샌드위치 등...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그 중에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되는 여행이 바로 도우로 강을 따라 반나절 다녔던 자전거 여행이다.
하지만 난 자전거를 못탄다. 다행히 같이 여행한 언니는 자전거 베테랑. 그래서 2인용 자전거를 빌려서 내가 뒤에서 타는걸로 생각했는데, 2인용 자전거를 타기에는 같이 간 언니의 키가 작아서 앞자리에 앉을 수 없다는거다. (유럽인들의 사이즈란...ㅂㄷㅂㄷ..)
자전거 여행은 하고 싶고, 난 자전거를 못타지만 타고 싶고... 그래서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자전거 2개를 발렸다. 만약 내가 너무 못가면 언니라도 신나게 타고 오라고 하고 우선 시작을 해봤다.
자전거는 상 프란시스쿠 성당(São Francisco do Porto) 근처에 렌트점들이 있어 거기서 보이는 상점으로 우선 들어갔다. 자전거는 대여 시간에 따라 비용이 나왔는데 우리는 넉넉히 왕복 시간과 점심 먹을 시간 등을 고려해서 3시간 정도 대여했던 것 같다. 목표는 도우로강을 따라 가서 수정궁 공원까지 간 후 거기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것. 자전거를 아주 잘 타고 직진만 하면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우리는 중간 중간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할 것 같아 1시간 이내로 가는걸 목표로 했다. 게다가 난 자전거를 못탄다. 이 난관부터 극복해야 했다.
자전거에 일단 올라서 어떻게든 발을 굴렀다. 두세번 구르면 바로 중심이 흐트러지는 내 모습에 점점 초조해지는데, 이런 내 모습을 포르투 상점들 지나가는 행인들이 다소 안쓰럽다는 듯 혹은 재밌다는 듯 처다보는게 느껴졌다. 못하는 내모습을 누가 보고 있다는게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 때였다.
자전거를 보지 말고 멀리 앞을 봐요. 그리고 발을 굴러요!
분명 포르투갈 아저씨가 내가 모르는 포르투갈어로 얘기했는데, 이상하게 그 내용이 들렸다. 사람이 다급해지고 도와주고 싶은 분도 다급해지면 언어가 달라도 말이 통할 수 있구나!! 그래서 아저씨에게 OK사인을 보내고 앞을 보며 발을 구르자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갔다. 간다! 간다!
불안불안하고 긴장되서 몸에 힘은 들어가지만 자전거가 앞으로 가고 있었다. 다만, 가는 중에 장애물이나 지나가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브레이크를 잡고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중심을 잡으려면 바로 내 앞을 보는게 아니라 멀리를 내다봐야했다. 마치 인생처럼.
그렇게 모르는 길에, 못타는 자전거를 타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역시나 힘들었다. 몸보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게 힘들었다. 느리지만 자전거로 앞을 나아가는 나 자신을 믿으며 슬슬 주변도 보게 됐는데, 와.... 엄청난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을 재밌게 하기 위해서 내가 꼭 배워 보고 싶었던게 자전거와 수영이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 두개를 못한다. 그럼에도 여행을 가면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해야할 일이 왕왕 생기는데 그냥 한다. 잘 하면 물론 더 재밌겠지만 못해도 재밌다. 여행이니까. 현실은 못하면 안하고 싶고 잘해야만 할 것 같아서 감히 엄두가 안나지만 여행이니까 한다. 앞으로 여행에서 난 또 뭘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