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정도부터 아이가 크리스마스가 무엇을 하는 날인지 알았다.
그 이후부터는 아이와의 대화에서 기, 승, 전, 산타할아버지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항상 산타할아버지가 사주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3월 자신의 생일에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면 좋겠고,
5월 어린이날에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12월 크리스마스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원했다.
생일이나 어린이날에는 엄마 아빠가 선물을 준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더불어 어린이집에서 위, 아래 모두 빨간 옷을 입은 덩치 큰 산타할아버지를 본 것이 엄청 강렬했던 모양이다.
그날 알림장 사진 속 새별이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무서운 것을 꾹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선생님께 들어보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울음을 터트렸다고 했다.
기특하면서도 왠지 그 속마음을 알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아마도 산타할아버지의 모습은 무서웠지만 선물을 준 사람이니 참고 안겨 있어야겠다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린이집에서 첫 크리스마스 이벤트 이후, 아이는 갖고 싶은 것을 주는 주체를 꼭 산타할아버지로 택했다.
연말이 가까웠던 어느 하루,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후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무엇을 걱정하느냐고 물으니,
"엄마, 우리 집에 굴뚝이 있어?"라고 물었다.
"아니, 우리 집에는 굴뚝 없는데." 하니 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산타할아버지는 어디로 들어와? 우리 집에 굴뚝 없어서 선물 못 받는 거 아니야?"
어린이집에서 산타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굴뚝으로 들어온다는 내용을 보았나 보다.
"굴뚝이 없는 집에는 창문으로 들어오신대" 걱정하지 말라고 어르듯 말해주었다.
"그럼 우리 집은 창문이 크니까 선물을 많이 가져오실 수 있겠다!"
"응? 다른 친구들에게도 모두 선물을 주어야 해서 한 사람에게 두 개나 줄 수는 없대."
"아쉽다" 아이가 진짜로 실망하는 듯했다.
그래서 스스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약간의 여지를 주었다.
"그런데 울지 않고, 밥도 한 자리에 앉아서 잘 먹고, 편식하지 않고, 떼부리지 않고, 양치질 잘하고......
그러면 산타할아버지가 새별이가 착하다고 선물을 하나 더 주실 수도 있대"
조건이 너무 많나 싶었지만 그때 첫 아이가 가져야 할 습관들이라 일단 다 말해두었다.
어차피 다 지켜지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필요할 때 한 번씩 산타할아버지를 언급하기 위함이었다.
매년 9월부터 약 3개월 정도는 바른 행동의 동기에 어김없이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했었다.
아이를 크게 혼내거나 훈육할 것도 없었다.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라는 한 소절이면 행동이 바로 잡혔다.
그럴 때 보면 아이는 아이구나 싶었다.
시간이 꽤 지난 후 집안 행사로 양가 식구들이 모여 밥을 먹을 일이 있었다.
제부가 텐션이 높은 아이와도 잘 놀아주어 첫째는 제부를 만나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신나게 놀았다.
그날도 밥은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제부랑 놀겠다고 식당 밖으로 끌고 나갔다.
꽤 즐겁게 노는 소리가 들리길래 다시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데,
"처형, 새별이는 벌써 산타가 없다고 하는데요?" 하며 식구들이 있는 홀로 들어왔다.
"그래? 작년에도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고 엄청 좋아했는데?"
아이가 선물을 받고 좋아했던 모습을 함께 봤던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작은 포토존을 만들어 사진 찍어주고, 남편은 포장 뜯은 선물박스를 해체해 주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새별아 너 산타할아버지 없다고 했어?" 잠시 후 들어온 아이에게 물었다.
"어!"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너 저번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았잖아?"
"아니야! 산타할아버지 없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6살이었다.
6살 아이가 벌써 산타가 없다는 걸 알까? 설마......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럼 선물은 누가 준거야?" 한번 더 확인해 볼 생각을 물었다.
홀 안에서 식사를 하면 10명의 어른들이 다 같이 아이를 주시했다.
빨리 대답하지 않길래 역시나 그냥 한 말이겠거니 했던 예상이 맞았구나 싶을 때였다.
뜸을 들이던 아이가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 너!"
순간 아이를 제외한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와하하하하하!!!!
그리고 남편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새별아, 산타할아버지한테 고맙다고 한 거 연기였어?" 남편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엄마 아빠가 널 속인 게 아니라, 네가 엄마 아빠를 속인 거 같다." 웃음기를 머금은 채 남편이 말을 이었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산타가 없다는 걸 알았을까?
엄마는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는 진짜 산타가 있는 줄 알았는데.
넌 6살이 벌써 산타가 없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요즘 애들 진짜 눈치도 빠르고 똑똑하다 싶다가도 아이가 한 4년 치 동심을 더 빨리 잃은 것 같아 씁쓸했다.
그나저나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미리 선물사 놓고 숨겨 놓지 않아도 되고,
전날 밤에 부랴부랴 포장하느라 힘 빼지 않아도 될는지.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 편해지겠네 싶은 엄마마음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