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가 쉬고 있는 계절
아들이 돌아온 후
밴댕이 시리즈는 한동안 쉬었다.
유쾌하고 재밌는 글이
도무지 나오지 않는 요즘이다.
아마도
내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연말인데도
요즘 나는
우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이 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 같았으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집을 꾸미고
선물을 고르느라 분주했을 텐데
올해는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 중심에는
늘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이미 훌쩍 커버렸고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기대도 없다.
아들과 딸,
둘 다 너무 바쁘다.
예전 같았으면
선물을 사다
밤마다 포장하느라 바빴을
그 시간들이
이제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진다.
항상 아이들 위주로 살았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나보다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삶이 되어버렸다.
내 삶이 중심도 아니고
아이들이 중심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 속에서
나는 애써 중심을 잡으려 하고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작 이 시간은
마음의 준비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흘려보내려 하고 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이 시간이
요즘 내 삶의
정확한 이름이다.
그래서일까
뭔가 입안에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한 채
입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알수 없는 찜찜함속에서 나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올해가 또 다른 힘든 연말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아흔이 넘은 엄마도 아빠도 이 기분을 한 번쯤은 느꼈겠지 ....
그들은
어떻게 이 시간을 건너왔을까.
너무 많이 사랑하면 힘이 든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래서 사랑은
끝까지 다 지나오고 나면
바람처럼
잠시 쉬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