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비어있는 자리
이제 사흘이 남았다.
아들이 돌아올 날이다.
그리고 같은 날,
딸은 뉴욕으로 공연하러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딸은 새벽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가고,
아들은 오후 비행기로
엘에이에 도착한다.
형제라고는 둘 밖에 없는데,
이번에 연말과 새해는
둘이 함께 보내지 못한다.
딸은 마지막 두명이 남는 최종 파이널에 올랐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며칠을 더 뉴욕에 남아 추가 공연을 한다고 했다.
아들이 대학으로 떠나기 전,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제 너도, 누나도 앞으로는 각자 너무 바빠질꺼야.
앞으로 5년은 얼굴 보기도 힘들 수도 있어.
그러니까 평소에
문자라도, 전화라도 자주 해."
이 말이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세상 일은 늘
내가 예상한 것 보다
한발 앞서
성큼 성큼 다가온다.
딸은 지금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매일 바쁘다.
예전에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아 아쉬움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지금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아들도 그런 누나를 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둘 다, 여유가 없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걱정 없이 살고 있는게 맞는데,
가끔씩 문득
허무해지고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불어서인지,
아니면 그 자리가 비어버려서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기쁘면서도,
그 자리에 딸이 없다는 사실에
왠지 마음 한구석이 그늘처럼 어두워진다.
그러다 문득 한국에 계신
아흔이 넘은 부모님이 떠올랐다.
곁에 있는 자식들을 바라보면서도
막내인 나를 떠올리겠지.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부모 마음이
처음으로
내 안에 또렷이 떠오르는
나 자신을 보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너희가 어떻게
엄마 마음을 알아? "
그런데 돌아보니,
그 말은
나 자신에게도 그대로 돌아왔다.
참,
유구무언이다.
인생은
이렇게 알다가도 모르겠다.
다 안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
그 자리에 서 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그게 나만 그런건지....
아니면
누구나 그런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인생은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