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지하철이 생겼다!
음.. 때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 동네에 지하철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건 초등학생 때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하철 개통한 지금, 나는 대학생이다. 그러니까 '카더라'가 생기던 때부터 따지자면 십 년은 훌쩍 지나서야 정말로 지하철이 생긴 것이다! 일단 감격의 눈물 한 번 닦고...
개통일인 7월 30일,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인천 지하철 2호선을 타보았다.
인천 서구에 살고 있는 나는 인천의 다른 구로 이동하는 데에 불편함을 많이 겪곤 했다. 인천에 가는 것보다 오히려 서울로 가는 게 가깝고 편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통된 인천 지하철 2호선은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기에 좋아 보였다.
평소에 내가 이용하는 방법은 버스-(환승)-검암역인데 이날은 인천 지하철 2호선 검단사거리역(쩌 왼쪽 위에 있는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검암역에 가보기로 했다.
검단사거리역, 마전역, 완정역, 독정역을 거쳐 검암역에서 환승하는 코스! 출바알~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검단사거리역, 깨.. 깨끗했다!
토요일 아침 8시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서 있었다. 타기 전에 제일 염려했던 점은 '과연 탈 수나 있을까?'하는 거였는데 그 이유는 인천 지하철 2호선이 단 2량뿐이기 때문.
동생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같은, 주머니 속에 들어갈 듯한 비주얼. (처음엔 덜 만들어진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었다.) 처음 저 '2량의 무언가'가 지나가는 걸 보고 느꼈던 충격과 공포는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하철이 저런 모습이라니! (인천 지하철 1호선의 1/5이라고 한다.)
게다가 한 량 당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곤 (원래는 왼쪽와 오른쪽 양쪽에 있는, 초록색 표시의) 노약자석을 제외하곤 20석뿐..!
이윽고 역으로 진입하는 지하철에 발을 들였다. 역시나 자리는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몇 정거장 가지 않기 때문에 앉아서 갈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만 막상 적은 좌석 수를 직접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좌석 간 사이도 좁아서 앉아 계신 분들 앞에 서있기도 뻘쭘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문 앞에 서서 먼 산을 바라보게 됐다.
2량이라는 것 외에도 인천 지하철 2호선의 특이한 점은 기관사 님 없이 가는 '무인 운행 경전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끝자리에 서면 마치 내가 기관사가 된 듯한 느낌을 1초 정도 느낄 수 있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왔을 때는 바깥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라든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난감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작지만 빠르게, 네 정류장을 6분 만에 도착했다. 덜컹거림이나 불편한 점은 없었다. 같이 타고 있는 사람들의 설렘을 띤 표정과 대화는, 마을버스를 탄 듯한 정다움을 느끼게 했다. 간간히 나처럼 사진을 찍는 듯 찰칵 소리도 들려왔다.
버스를 타고 왔을 때보다 1/3 이상의 시간이 줄었고, 공항철도로 갈아타러 가는 길도 잘 되어있어서 불편함 없이 환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훠얼씬 늘어났는데 지하철이 단 두 량이라는 점이, (출근길엔 3분 간격으로 운행한다지만)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자가 아니라 만들고나 보자! 느낌이 들어 아쉽다. 지하철 개통으로 인해 기존의 버스 체계를 대폭 개편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버스를 없애고, 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지하철로 인한 대중교통의 원활함과 편리함'이 보장되는 선에서 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인천 지하철 2호선이 과연 그 '편리함'이라는 임무를 잘 완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하철이 생겨서 버스를 덜 이용하게 되는 것과 버스가 없어져서 지하철을 억지로 타야 하는 건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로 개통일인 어제는 6차례나 고장 나며 운행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한다. 나는 오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창문 밑에 있는 '비상용 망치'를 사용하는 방법을 정독했다....
물론, 언제 생기나 싶던 지하철이 긴 공사 끝에 드디어 개통하게 된 건 너무너무너무너무 x100 기쁘다. 아담하지만 빠르고,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던 비주얼이 이제는 꽤 귀엽게 보인다. (주황 덕후인 나에게 주황색 너란 열차... 더럽...) 환승하는 것도 편하고, 좋다. 집 가까이에 지하철 역이 있는 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이라니! 이미 6분의 달콤함에 풍덩~ 해버려서 매일 나는 이 꼬마열차를 타고 있을 거지만.....
아.. 그래도 계속 지워지지 않는 이 아쉬움. 마치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작으니까 2호선이다'.. 이런 느낌.... 더 무서운 건 본격적인 게임은 평일인 내일부터 시작될 거라는 것.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아침을 맛보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애증의 관계가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