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톱을 깎아야 한다
"시간이 너무 빨라."
요즘 들어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반가움보다는 놀라움과 징그러움(?)을 담아 "헐! 시간 찐짜 빨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고 말하는 게 맛이 더 살지만.
한 달에 한 번 달력을 뜯어내고(그마저도 며칠이 지나서 뜯는 일이 다반사다.), 일기를 쓸 때마다 핸드폰 화면에 적힌 날짜를 확인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은,
무심코 자라 있는 손톱을 발견했을 때다.
함께 일하는 J에게 손톱을 깎았다 자랑한 지(ㅋㅋ)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곧 손톱을 깎아야겠구나'할 정도의 손톱이 자라나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오늘, 다시 그에게 손톱 이야기를 꺼냈고-"분명히 얼마 전에 깎았는데!"- J와 나는 자라난 손톱으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노라 하는 이야길 나누었다.
언제 이만큼 자라 버린 걸까. 손톱이 빨리 자라는 건지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다를 것 없는 하루들이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탓에 몇 월 며칠로서 오늘을 기억하는 일은 난이도 상에 별 열 개는 그려야 하는 어려운 일. 그래서인지 깎아낼 부분이 생겨난 손톱을 우연히 발견하게 될 때면, 나도 모르게 쌓여버린 시간들과 맞닥뜨리는 느낌이다. 또각, 또각 명쾌하게 도려내지는 손톱과는 다르게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바싹 깎인 손톱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자라난 손톱에 놀라고 깎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살이 늘어 있겠지...?
벌써 8월이다.
_ 특별 출연 : 동료 J, 투박한 내 손
_ 그림을 그려보았다. 서툴지만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