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지나간 일들이 마치 내 앞으로 넘어지는 책장처럼 기억들을 쏟아낸다. 대부분 과거라는 이름을 한 후회의 기습 공격이다.
일회용 카메라 세 개를 사진관에 맡겼다. 처음으로 맡겨보는 거라 왠지 설렜다. 하지만 받아본 결과물은 띠로링... 웹하드 속 삼분의 일은 새까맸다. 무턱대고 찍어댄 탓에 일회용 카메라의 약점이 '실내'라는 걸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DSLR이나 핸드폰 카메라처럼 실내에서도 사진이 짱짱하게 잘 나오거나 흐린 날에는 자동으로 밸런스를 맞춰준다거나 어두우면 알아서 플래시를 터뜨려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의 실수였다. 게다가 일회용 카메라는 한 번 셔터를 누르면 끝! 번복할 수가 없다. 그리곤 며칠 후에 까맣게 채워진 직사각형으로 나타나 내가 이러려고 필름으로 태어났나.. 말하듯 자괴감 들게 한다. 난 까만 사진들을 본 후 '미리 알아볼 수도 있었는데...' 하고 생각했다.
가득 쌓인 후회 더미를 두고 그땐 왜 몰랐을까, 그렇게 했더라면 등과 같은 뒤늦은 첨언은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몇십 번은 해오는 일. 그래서 이제는 이불킥을 마구마구 해서 다리에 힘이 빠질 때쯔음, 스스로에게 늘 내리는 결론.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거야'..!!
어떻게 보면 회피성 발언으로도 여겨질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맞고 또 위로가 되기도 한다. 후회하고 깨닫고 위로하고 또 후회하고 깨닫고 위로하고... 그러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그래도 그 덕분에 이젠 실내에서 사진을 찍지 않게 됐다. 대신에 삼분의 일만큼의 아홉 장을 '더' 찍을 수 있게 됐다.
또다시 몇 분의 몇만큼의 시행착오가 될지, 나머지 몇 분의 몇 만큼의 그럴듯한 장면이 될지 그건 아직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