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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 Mar 03. 2022

나를 위로하는 건 초코쿠키


두툼한 초코쿠키를 한 입 베어 문다. 달달함이 혓가에 스윽 배어드는 그 순간, 커피잔에 손을 뻗고.

초코쿠키와 커피 약간을 함께 오물오물.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황홀에, 또 금세 입맛을 다시게 된다.


입맛을 다시면서는 감질나서 미치겠다. 

당장 초코쿠키의 통통한 몸통의 절반을 덥석 물어버리고 싶다. 지금 바로. 그것으로 입안이 가득 채워진다면,

원초적인 욕구만으로 가득한 그 순간, 정신을 차린다.


"조금씩 먹어야 오래 행복하잖아?"


초코쿠키도, 인생도.




백수 생활 N개월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초코쿠키를 자꾸 찾는다.

누군가 건네어 우연찮게 먹었던 그 녀석. 오래도록 잔상이 남아 나를 유혹한다.

그래. 분명 초코쿠키 녀석이 먼저 나를 꼬신 것이다.


오늘은 녀석과의 네 번째 만남.

이 순간 나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깊은 황홀을 누빈다.

3000원만 내고 야금야금 먹으면, 적어도 30분은 행복해지는 초코쿠키를 발견하다니.


행복을 찾아, 있던 곳을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다.

행복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




요즘 내가 하는 일, 숨고에 영상편집 전문가인 '척'하기.

그렇게 '척'하다보니 얻게된 것이 있다. '척'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2주 전. 영상편집을 배우고는 싶은데, 학원은 가기 싫어서 숨고에 전문가로 등록했다.

그리곤 영상편집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홍보. 

그들과 거래가 성사되면 '마감'이라는 게 생기니, 내가 어떻게든 그 기간까지 해낼 거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전문가 등록 초반에는 문의도 안 오니까, 재능기부하는 셈 치고 후기도 쌓고.


사실 더 솔직한 의도는 영상편집을 배워서, 돈을 좀 벌어보려 했는데 ...

시작부터 실패였다. 

원래 가지고 있던 컴퓨터에서는 동영상 추출에만 2시간이 걸려, 맥북을 질러 버렸기 때문이다. 


그 돈을 메꾸려면 1만원짜리 영상편집을 몇 달을 해야 하나 ...


더 큰 문제는 내가 벌써부터 질려버렸다. 

난 사람들이 무료로 편집을 해준다고 하면, 요청사항이 적을 줄 알았다.

그러나 편집본을 받고, 새벽 3시까지 요청사항을 줄줄이 나열해서 보내는 댄스강사.

편집본을 받고도, 감사인사조차 하지 않는 해산물 판매 기업.

읽씹까지 ...


이러니 내가 오늘도 초코쿠키를 찾을 수밖에 없다. 고맙다. 요녀석아.

네가 질리는 날이 오면, 그때는 내 인생이 조금 더 달콤해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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