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은 피.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 젊은 피들은 어딜가도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닌 듯하다. 대개 뭐든 처음이고, 대개 뭐든 잘 모르는 우리들. 기업들은 공채를 줄이고, 부모 재력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진다. 이건 분명 사실인데, 어딜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꼭 엄살 부리지 말라는 소리부터 들려 온다. 집값이 올라서 기뻐하는 어른들의 뉴스에는 함께 박수 쳐주고 싶지만, 몇 평 남짓한 방이 세상의 전부인 취준생은 먼저 자기 뺨을 때리게 된다. 더 채찍질해야 한다. 더 서둘러야 한다. 정신차려야 산다.
2년 전에, 1시간 반 걸리는 거리에 사는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지인에게 어렵게 넘겨 받은 일이었다. 과외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는, 꼭 그 앞에 있는 해장국 집에 들렀다. 원래 감자탕을 좋아하는데, 혼자 감자탕을 사 먹기에는 양이 많고, 그렇다고 그곳엔 마땅히 부를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저렴한 가격에, 밥만 말아도 든든히 배 채울 수 있는 해장국이 딱이었다. 수업 시간은 다가오고, 허겁지겁 살을 발라내어 뜨거운 국물과 함께 쭉 들이켰다. 좀 급하게 먹은 것 같긴 하지만, 오늘 한 끼도 잘 해결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산을 하러 갔을 때, 가게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보고 웃으셨다.
"학생이 너무 맛있게 먹는다고, 어떤 할아버지가 계산해주고 갔어요."
생각해 보면 그 해장국 집에는 온통 어르신들 뿐이었다. 낮에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도란도란하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때때로 서로 멱살도 잡으시는 풍경 ... 우리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경악스럽겠지만서도 어쩐지 참 재미있다. 그리고 분명 그곳은 충분히 따뜻했다. 대학교 학식당처럼 혼자 밥 먹는다고 눈치 볼 필요도 없었고, 억지로 함께 어울릴 필요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잘 먹는다는 이유로 계산까지 해주셨다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때 그 할아버님, 지금은 어디서 무어하시는지 모르겠지만요. 몇 줄 남겨 봅니다.
이름도 모르는 할아버지가 선뜻 내어 주신 만 원으로. 왕복 세 시간 거리. 2시간에 3만원 받으러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과외를 다니던 저는. 청춘의 힘듦을 이 세상 모두가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님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도 언젠가, 그 옛날 저와 닮은 청춘에게 꼭 한 끼 대접하겠다는 선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해 열 두 달, 제가 먹었을 수많은 한 끼 중에서도 그 해장국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20대에 가장 사랑했던 음식은 무엇인가요.
화려한 가게, 유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다시 마주하고 싶은 그때 그 순간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