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 Apr 05. 2022

MZ라고 미워하지 마세요

저번 글에도 밝혔다시피 브런치 첫 화면에 글이 올라가고 싶다면 제목 어그로가 필수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가장 마음아픈 어그로가 있다면, 바로 갈등을 조장하는 제목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브런치 메인에 있는 글을 꼼꼼하게 하나씩 눌러가며 읽지 않는다. 제목만 스윽 둘러 보다가, 나의 공감대와 맞는 제목이라면 클릭하고 아니라면 그저 지나간다.


https://brunch.co.kr/@russell12/229#comment


방금 이 글을 읽고, 이 글은 분명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이 글이 쪼로롬 메인에 위치해 있는 걸 확인했다. 글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나도 MZ 세대고, 젊은이인데 저 제목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역지사지로는 20대가 "3040세대가 꼰대인 이유"라던지, "중장년층이 퇴사해야 청년층이 입사한다"와 같은 제목을 내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터넷 속을 유유히 구경하다보면, 요즘은 사람의 단점에 대해 연민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연민'이 없는 세상이니 갈등은 숨 좀 죽였다가도 또 다시 부활하고 발광한다. 그로 인해 계급갈등, 지역갈등, 빈부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았고 이젠 남녀갈등에 세대갈등까지 활활 타오른다. 어쩌면 이것들은 사람들이 서로를 혐오하게 하는 가장 쉽고 빠르며 효과적인 방법이다. 계급, 지역, 빈부, 남녀, 세대 이 모든 것들은 '바로 오늘' 우리가 원한다고 어느 한 쪽을 가질 수 없으며,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어느 한 쪽은 가지게 되어있다. 통제 가능성이 없다.


사실 MZ 세대는 베이비 붐 세대니, X세대니 뭐니에 별 관심이 없다. 우리가 세대 구분을 정한 게 아니라, 미국에서 평생 사회학을 연구했다는 교수니 박사니 그런 사람들이 자기들 논문 쓴다고 만들어 낸 용어일 뿐이니까. 실제로 어르신들이나 부모님 동년배분들을 만났을 때 저는 MZ 세대에요, 하지도 않는다. 미디어에서나 MZ를 하나로 묶고, 미디어에서나 MZ들이 세상을 주도한다고 하지 실상은 2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다른 세대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몇몇 소수들이 물을 흐리는 건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소수들을 '젊은이들'이라고 뭉뚱그려 소개하고, 그것이 또 브런치가 메인에 올라가 마치 이 플랫폼이 인정하는 주장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에는 고개를 젓고 싶다. 이미 유튜브에서 신랄하게 떠든 갈라치기 프레임, 더 많은 조회수라는 같은 목표를 이루고자 혐오 장사하는 모습을 브런치에서까지는 보고 싶지 않다. 이곳은 4년제 졸업하고도 식당 알바하고, 인턴만 몇 주째 찾고 있는 한 젊은이의 노고를 씻어주고, 상처를 치유해주며, 오늘 하루도 외롭지 않게 잠에 들게 해주는 어른들로 가득한 곳이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20대에 가장 사랑했던 음식이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