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덜어내는 용기, 무엇을 하지 않을까?

BIM에 대한 오해

by 딱요만

BIM 만능주의와 오해

많은 분들께서 자연스럽게 "BIM으로 다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BIM으로 통합할 수 있어"라고 말씀들 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기술의 힘에 대한 오해입니다. BIM은 파워풀한 도구인건 맞지만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하며, 그 선택은 전략적으로 정교해야 합니다.

BIM의 선택적 사용

표준화된 BIM은 정량화, 자동화에 강합니다. 예를 들어 레미콘, 거푸집, 철근 등은 BIM을 통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모델링 및 물량산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든 항목을 BIM으로 처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스템 비계, 동바리, 잭서포트, 골조용 단열재, 면손보기 같은 요소를 비롯해서 마감공사의 단위세대 옵션상품, 특화도면 등 파트너사와 빠듯한 시간 내 조정이 필요한 마감 세부 항목들을 힘들여 BIM으로 산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BIM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는 과도한 리소스 낭비로 이어집니다. BIM은 전체를 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통제하는 전략적 장치로 쓰여야 합니다.

그림2 (1).jpg [BIM과 2D산출방식의 병행적용]

콩코드 신드롬

영국과 프랑스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수익성이 없다는 경고가 반복되었음에도 "이미 너무 많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사업은 강행, 지속되었고 결과는 처참한 적자와 사업의 종료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침몰비용 오류라고 얘기하는 콩코드 신드롬입니다.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짐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상황. BIM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생깁니다.


"여기까지 모델링했으니, 나머지도 하자" "어차피 시작했으니 끝까지 완성해 보자"..... 결국 모델은 무거워지고, 용량은 커지며, 협업은 느려지며, 핵심보다 부수적인 것에 리소스가 집중되는 역전 현상이 생깁니다. 콩코드 여객기가 이미 투자한 비용 때문에 수익성이 없음을 무시하고 강행하다가 파국을 맞았듯 BIM도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모르면 실패하는 기술이 됩니다.

완벽주의의 함정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모델링 하고 싶은 유혹, BIM 스킬을 뽐내고 싶은 부심... 그러나 건설은 정적인 완성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생물 같은 것입니다. 설계는 변경을 반복하고, 공정은 끊임없이 조정되며, 현장은 수많은 돌발변수에 대응해 나갑니다.


이 모든 것은 '완벽한 최종 결과물'이길 지향하는 BIM과 충돌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충돌은 업무 피로와 일정 지연, 협업 갈등 등 급기야 환멸로 이어지고 맙니다. BIM은 '완벽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GOOD ENOUGH)'수준에서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도구여야 합니다.


또 다른 오해

공사순서와 똑같이 "골조 BIM을 하고 마감 BIM을 한다"는 순차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업에서는 골조와 마감을 분리된 업무로 동시에 병행합니다. 모델링 팀도 골조파트와 마감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보통 모델링 및 물량산출에 주어진 시간은 3~4주. 이 짧은 기간에 두 작업을 병렬로 추진하지 않으면 납기지연은 물론이고 공정지연까지 이어집니다. 전략은 '순서'가 아니고 '속도'입니다.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핵심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배치하는 것 그것이 BIM의 현실적 활용법입니다.

부분이 전체를 흔들지 않게

BIM은 전체 건설업무 프로세스에서 일부를 개선하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그 일부가 전체를 대체하려 하거나 전체를 통제하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치 몸의 한 근육이 과도하게 비대해져 전체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BIMer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시작하면 BIM 시스템 전체가 비효율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기술은 전체를 위한 부분일 뿐이고 그 부분이 전체의 유연성을 침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전략이란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까?'를 먼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필요한 모델만 구성하고 반복 가능한 구조물만 정량화하고 나머지는 2D 산출을 병행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설령 BIM으로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BIM의 강점이 필요한 업무는 BIM으로, 2D의 강점이 필요한 업무는 2D로' 이렇게 덜어낼수록 모델은 가벼워지고, 협업은 빨라지며, 실효는 쌓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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