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거절의 기술, 그냥 좀 미안해버리자.

엔지니어의 사고법 셋

by 굿이너프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렉 맥커운은 덜 중요한 일에 계속 ‘예’라고 말하면, 정작 중요한 일에는 ‘아니요’를 말하게 된다고 합니다. 뜨끔합니다.


하루는 짧고, 집중력은 금방 흐려지고, 체력은 맘과 달리 빨리 닳습니다. 이런 내 사정과는 무관한듯이 부탁을 들어줍니다. 시간이 없어도 해보겠다고, 마음이 무거워도 괜찮다고 합니다. 상대를 잠깐 실망시키는 일보다 내가 무리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착한 건지 그래야만 하는 건지...


하나를 더 받으면 하나만 힘들어지지 않습니다. 순서가 꼬이고, 생각은 흐트러지고, 원래 하던 일까지 흔들립니다. 부탁 하나 받은 건데, 여러 일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좋은 마음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습니다.


건설 엔지니어는 취성파괴와 연성파괴를 구분합니다. 취성파괴란 버티는 척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파괴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연성파괴는 조금 휘고, 조금 늘어나고, 조금 변형되면서 위험을 먼저 드러냅니다. 사람도 비슷합니다. 계속 괜찮다고만 하면 취성적으로 무너집니다. 표정이 먼저 깨지고, 말투가 깨지고, 관계도 같이 깨집니다. 차라리 조금 미안해하고, 조금 불편해하고, 조금 휘는 편이 낫습니다. 그 편이 덜 깨집니다.


거절은 차가운 태도가 아닙니다. 과부하를 막는 행동입니다. 관계를 끊는 말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는 말입니다. 미안한 건 맞습니다. 안 미안하면 오히려 이상합니다. 하지만 미안함은 감정이고, 거절은 판단입니다. 감정이 흔들린다고 판단까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려 합니다. 덜 중요한 부탁에 조금 미안해하고, 더 중요한 책임을 끝까지 지키자. 거절의 기술은 매정해지는 법이 아닙니다. 갑자기 깨지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니 다음에도 마음이 흔들리면 이렇게 다짐하려 합니다. ‘미안한 건 맞다. 그래도 거절하자. 그냥 좀 미안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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