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겁나면, 그냥 좀 일찍 일어나보자

엔지니어 사고법. 다섯

by 굿이너프

스타 강사 김미경 씨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일곱에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 대출도 받았습니다. 무서웠다고 합니다. 빚을 못 갚을까 봐. 그때 어머니 말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살다가 겁나거나 무서우면 일찍 일어나라.” 그래서 새벽 4시 반에 학원으로 갔다고 합니다.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용한 시간에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아이들 엄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아이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직접 적어 레슨비 봉투에 넣었습니다. 그 편지가 마음을 움직였고, 소개가 이어졌고, 결국 빚도 다 갚았다고 합니다. 해피엔딩입니다. 새벽형 인간에 대한 예찬은 아닙니다. 생각을 생각으로 붙들지 않고, 행동으로 바꾸는 방식이 좋습니다.


저에게도 요즘 겁나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벽 4시 반은 아니지만 5시에 일어납니다. 새벽 예배를 드리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습니다. 이른 출근에 신변도 정리하고, 자기 계발도 하고, 업무 처리도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먼저 붙잡고 나면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일어났다는 작은 승리감도 있습니다. 시간이 더 생겼다는 안도감도 듭니다. 하루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여유도 생깁니다.


불안은 대개 뒤처졌다는 느낌, 그리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막막함과 함께 옵니다. 그래서 자꾸 멈추게 됩니다. 생각이 먼저 굳고, 몸이 그 뒤를 따릅니다. 멈춰있다고 해서 불안이 줄어들거나, 묘수가 생기지 않습니다. 생각만으로 불안을 다독이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염려해서 염려가 사라진다면 애초에 그렇게 괴로울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반대로 조금만 움직이면 그 큰 걱정 덩어리가 쪼개지기 시작합니다. 문자 하나. 전화 한 통. 작은 실행 하나.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어도 서서히 손댈 수 있는 상태로 바꿔집니다. 그리고 순서가 생깁니다.


겁날 때는 먼저 일어나야 합니다. 정답이 보여서가 아닙니다. 해법을 찾는 자리로 나를 먼저 데려다 놓는 일입니다. 완벽한 정답을 기다리기보다 작동할 수 있는 첫 단계를 밟아 보는 것. 새벽은 제게 그 첫 단계입니다..

물론 아무에게나 새벽이 정답은 아닙니다. 태생이 새벽형 인간이거나 강제적 상황이 아닌 이상, 일찍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건 아닙니다. 새벽이 간절함만으로 찾아와 주진 않습니다. 절박함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적절한 육체적 통제도 필요합니다.


일찍 일어나려면 먼저 일찍 자야 합니다. 무조건 11시 전에는 자야 합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빚을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머리가 맑지 않으면 새벽도 약이 아니라 독이 됩니다.


핸드폰은 멀리 둬야 합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우리의 수면을 응원하지 않습니다. 아주 친절한 얼굴로 내일을 조금씩 훔쳐 갈 뿐입니다. 그래서 전 핸드폰의 앱타이머 기능을 적극 권장합니다. 갤럭시입니다.


점심 식사 뒤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걷는 게 좋습니다. 여건이 안 돼도 걸어야 합니다. 계단도 오르면 좋습니다. 몸이 적당히 피곤해야 숙면이 찾아옵니다. 의지는 방향을 잡고, 습관은 몸을 이끕니다.


유혹이 밀려올 때면 ‘그 순간’ 기도합니다.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 달라고. 효과는 빠르게 나타납니다. 방금 전까지 제 안에서 난리 치던 마음이 조금은 얌전해집니다. 이 또한 적극 추천입니다. 무신론자라면 이렇게 말해도 좋겠습니다. 끌려가는 내일이 아닌 끌고 가는 내일을 위해 지금 조금 양보하자고.


불안한 날일수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오래 누워 있지 말아야 합니다. 하루는 먼저 일어나는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한 것 같습니다. 하루를 먼저 여는 일이 인생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데려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아직 중간쯤 지나고 있습니다. 먼저 일어나 하루를 붙드는 제 이야기도 김미경 씨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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