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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리너 May 30. 2021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꽃다발

견물생심, 무언가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나라에서 나에게는 꽃이 그랬다. 

한국에서는 꽃을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으니 마음이 동할 기회도 적었다.


사실 꽃은 일주일 남짓 볼 때 너무 아름답고 마음이 평안해지지만, 

그 정점의 시간이 지나고 시들어가고 결국 버려지는 게 서글펐다.

마치 사람이 젊은 시절을 지나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압축해 놓은 것 같다며 감정이입 해 버리는 바람에 한동안 꽃을 사다가도 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는 꽃을 늘 마주치고, 사고 싶어 진다.

야채와 고기를 사러 마트에 갔는데 형형색색 꽃들이 진열되어 있다면 어떻겠는가? 

카트를 끌고 들어가는 입구에, 혹은 반납하는 출구에서 꽃을 보면 사고 싶어 진다. 

그래, 예쁜 아이를 식탁 한편에 두고 보면서 일상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만 같아진다.

장 보러 갔다가 마트에서 꽃을 보고 충동구매를 한 적, 있다. 

 

다른 플로리스트가 입점해서 자리를 지키고 파는 게 아니라, 마트에서 꽃을 들여와 파는 시스템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시기에 따라 들어오는 꽃 종류와 수량도 계속 바뀐다. 

정갈하고 멋들어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작품과도 같은 꽃을 파는 게 아니다.  

노란 튤립 한 묶음을 한화 5천 원 남짓한 가격에 팔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꽃들을 무심하면서도 풍성하게 엮은 꽃다발을 2만 원 안팎 정도에 팔기도 한다. 


너무 오래된 꽃들이 방치되어 슬프게 고개를 떨구고 꽃잎을 떨어트리는 안쓰러운 모습을 볼 일은 없다. 마트에서 늘 관리하고, 물을 갈아준다. 마트에서 꽃을 산다고 해서 하루 이틀 만에 시들시들해진 적은 없었다.


이 곳 사람들은 꽃을 어디서든 만나고, 어디서든 산다. 꽃다발 하나 사려고 번화가 어딘가 까지 발걸음 할 필요가 없다. 

마트 안에, 동네 가게들 모여있는 작은 거리에도, 꽃을 살 수 있다. 늘 이렇게 일상에 가까이 붙어있다 보니 꽃이 특별한 선물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꼭 어느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어도, 그저 몇 송이 내키는 대로 사가서 본인 집 거실화병에 꽃아 두려고 사가기도 한다. 

한손에는 장바구니, 다른 한 손에는 5천원어치 꽃 사서 돌아가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장보면서 주말 동안 즐겨먹을 쿠키 몇 개 더 사듯, 그렇게 꽃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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