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A캥거루를 통해서 직접 자폐 치료를 한다고 하니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구요.
'안 두려우세요?'
처음에는 겁이 납니다.
'난 전문가도 아닌데, 어떻게 할 수 있지?... 그러다가 아이가 더 잘못되기라도 하면...'
첫 반응으로 어쩌면 당연한 것도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고민 속에서 결심하게 된 계기가 바로 한 엄마의 경험담이었습니다.
ABA캥거루로 홈세라피를 하기 전에는 엄마 본인도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모르니까 쩔쩔매고 유치원 선생님에게도 항상 죄송한 마음으로 굽신거렸는데 스스로 치료사가 되면 아이에 대해서 잘 알게 되니까 여유가 생기고 선생님에게도 문제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드릴 수 있게 되었다고.
그 말에 용기가 생기더라구요.
'그래, 엄마인 나도 아이를 못 다루면 누가 하리...' 싶은 마음에 질러버렸습니다.
실제로 매일매일 홈세라피를 하다보면 기쁨이 있지만 사실상 매일 전쟁입니다. 노산맘으로서 가끔 병든 닭같은 체력으로 세라피를 하려하니 피하고 싶을 때도 많죠. 그래서 아이와의 전쟁 못지 않게, 아니 더 크게는 나 스스로와의 싸움입니다. 엄마이자 치료사로서 영혼과 체력이 지치지 않게 해야할 책임이 있는거죠.
이럴 때 필요한 건 동료 혹은 롤모델입니다.
내가 힘들 때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면서 배우고 공감하면서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죠.
여기서 ABA캥거루의 크나큰 장점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ABA캥거루는 전문가와의 컨설팅을 1:1로 하는 것이 아니라 1:3 즉, 세 명의 엄마가 함께 합니다. 각자 치료 영상을 찍어서 컨설팅 받을 때 다른 엄마들도 함께 보는 형식입니다. 각자 아이들별로 상황이 다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 같이 적용되는 부분들도 많기 때문에 함께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하다보면 서로 힘든 점도 공감이 되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하면서 정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제공되는 것이 선배 엄마들 참관 프로그램이에요.
즉, 특히 초보 엄마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만한 엄마들의 컨설팅 시간대에 참관 요청을 하면 됩니다. 매일매일 경주마처럼 그 날의 미션에 집중하고 있는 초보 엄마들에게 좀 더 먼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고 더 경험이 있는 선배맘들을 보면서 특히나 그들의 마인드셋을 배우게 됩니다.
저도 몇 번 선배맘들 참관을 들어가보면서 배웠던 점들을 공유해봅니다.
기초, 기초, 기초
우리 아이보다 누나, 형아들이라 더 수준 높은 언어 및 퍼즐, 병원 둔감화 훈련 등 진도는 많이 앞섰지만 기본적인 훈련 원칙 (강화/벌 제대로 주기 등)은 역시나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 '저 정도면 안해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되는 쉬운 프로그램들도 계속 하라고 선생님이 가이드를 주셔서 역시 기초가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꾸준함과 집념
정말 훈련 잘 하는 엄마가 있는데 최근에 온 식구가 코로나에 심하게 걸려 고생했다고 합니다. 원래 아프면 훈련을 쉬는 것이 맞으나 애써 학습한 것들을 잊지 않도록 아픈 몸을 이끌고 훈련시켰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그 엄마는 쌍둥이 둘다 홈세라피를 하는 분이셨습니다. 자만과 태만을 짓밟으려 노력하는 이 선배맘의 꾸준함과 집념에 괜히 울컥했습니다.
셀프케어
선배맘 중에 한 분은 본인 몸이 좋지 않음에도 매일 6,000보를 걷는다고 합니다. 아프면 핑계 대기 일쑤이나 정말 이 엄마는 '살기 위해서' 걷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것이 훈련사인 엄마의 셀프케어입니다. 자신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에게 퍼주면 정작 본인은 금방 소진되기 마련이죠. 힘드니까 유투브 같은걸로 잠시 현실을 잊는 방법도 있지만 운동이나 독서 등 적극적으로 자신을 비우든, 채우든 하는 것이 더 오래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혼자라면 힘들지만 함께라면 버틸 수 있습니다.
저도 겁 많고 악바리 스타일이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마들의 커뮤니티가 있기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각성하거나 위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