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자폐치료

by 잰걸음

ABA 자폐치료를 집에서 하는 ‘홈세라피’라고 하면 엄마가 아이의 1:1 치료사가 되는 것을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치료는 엄마가 진행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진행해 보면 엄마 이외에 든든한 치료 파트너들이 있습니다.


우선 당연히 엄마를 컨설팅해 주시는 ABA 전문가가 계십니다. BCBA라고 불리는 이 전문가는 미국의 공식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으신 분이죠. ABA캥거루 담당 BCBA분은 본인 역시 아들이 어린 나이에 자폐 판정을 받아 본인도 홈세라피를 하면서 BCBA의 길로 들어선 분입니다. 본인이 걸어왔던 길이기에 누구보다도 엄마들을 공감해 주시고 또 반면 아이가 더 빨리 치료될 수 있도록 치료사로서 혼내시기도 합니다. 매주 이렇게 만나다 보니 정말 누구보다 의지를 하게 되고 사소한 고민도 털어놓게 됩니다.


컨설팅 자체도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엄마들과 함께 하는 1:3 방식입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나눕니다. 특징은 화상 회의 방식이다 보니 전국 어디서나 참석 가능한 구조입니다. 심지어 일본, 두바이에 사는 엄마들과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홈세라피를 하는 엄마들을 직접 만날 일은 없는데 BCBA 선생님의 조언으로 집 근처에 사는 엄마가 없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주 먼 거리가 아닌 곳에 사시는 엄마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다음이 재미있는데, 그냥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서로의 집에서 만납니다. 그러고 서로의 아이를 바꿔서 홈세라피를 진행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그냥 엄마가 아니라 ‘치료사’죠. 사실 처음에는 ‘내 아이도 제대로 못하는데 남의 아이를 어떻게??’하고 머뭇거립니다. 하지만 목적은 우리 아이의 일반화를 위해 즉, 아이가 엄마가 아닌 다른 어른에게 일관적인 반응을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만나면 아이의 프로그램을 서로 교환해서 각각 다른 공간에서 상대방의 아이와 홈세라피를 하면서 영상을 찍고 그 영상을 다시 BCBA 선생님께 보여드려서 피드백을 받는 형식입니다. 이렇게 1-2주에 한 번씩 만나서 함께 훈련을 하다 보니 정도 많이 들고 저 역시도 치료사로서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고 나아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치료 파트너가 있습니다.

바로 ‘알바쌤’.


ABA를 시작한 지 3개월부터 BCBA 선생님께서는 알바쌤을 고용하라고 하십니다. 그나마 함께 훈련하는 엄마는 ABA 홈세라피를 직접 하지만 아예 생판 모르는 사람을 고용해서 가르치는 건 심적으로 부담이 커서 저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께서 알바쌤이 복잡한 훈련 프로그램을 하지 않고 강화, 이리와 등 아주 기초적인 것만 담당해 줘도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20대 대학생, 40대 주부와 함께 매주 2회 이상씩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서로 어색했지만 곧이어 알바쌤 없는 치료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알바를 고용하는 자폐치료... 정말 생소하죠?

다음 연재에 더 자세히 풀겠습니다.




엄마 혼자라면 쉽게 지쳤을 홈세라피가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하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저 말고도 이모 군단이 있어서 서로 응원해 주고 심지어 치료도 같이 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되니 어려움과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28화엄마가 직접 자폐 치료... 두렵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