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치료에 있어서 '알바'를 고용한다는 것은 매우 낯선 개념일 것입니다. 저 역시도 처음 권유받았을 때 납득이 잘 안 되었죠.
"내가 전문가도 아닌데 누굴 고용해?"
ABA캥거루로 홈세라피를 시작한 지 석 달 정도밖에 안되어서 BCBA 선생님께서는 알바생을 구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나도 초보인데 무슨...' 하면서 미적거리다가 꼭 해보라는 선배 어머님들의 간증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고 결정적으로 '강화샘플링'이나 '이리와'처럼 아주 간단한 시팅만 시켜도 도움이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냈습니다.
덕분에 알바쌤 없는 홈세라피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에 제가 알바쌤과 함께 한다고 했을 때 주로 듣는 질문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자격 조건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ABA에 대해 혹은 아이 교육이나 치료 관련해서 어설프게 아느니 차라리 백지상태가 낫다는 것이 선생님 말씀이십니다. 단지 엄마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 해 줄 수 있으면 됩니다. 남녀 상관은 없되 아이와 잘 놀아줄 수 있는 에너지와 관심만 있으면 OK.
어떻게 사람을 찾나?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당근을 이용했습니다. 동네 사람이면 그래도 조금 더 믿음이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당근을 이용했고 생각보다 방법도 수월했습니다. 심지어 몇 천 원 들여서 상위 노출이 되도록 광고도 돌렸습니다. 당근 같은 플랫폼 말고도 기존 센터나 유치원 선생님의 지인 통해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고에 반응해서 톡 오는 분들을 대상으로 먼저 이력서를 받아본 후 면접을 보고 최종 결정하면 됩니다. 어떤 선배맘님은 아이와의 케미를 먼저 보기 위해서 면접 겸 모의훈련을 한번 진행한 후 최종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횟수 및 비용은?
이는 아이의 스케쥴에 맞춰서 알바쌤과 정하면 되는데, 보통 평일 오전과 이른 오후에는 유치원 및 센터를 가므로 오후 혹은 토요일 오전 등에 진행합니다. 이왕 하는 거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으로 시작해서 한 선생님당 주 1-2회, 횟수 당 2시간~2시간반 정도 합니다. 비용은 동네 알바 시세를 감안해서 정하면 되고 보통은 1만 원 초중반대로 진행합니다. 가장 많이는 3분의 알바쌤과 동시에 함께 했습니다.
2시간 동안 무엇을 하나?
기본적으로 매주 컨설팅받아서 엄마가 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됩니다. 일단 처음엔 한 20-30분 동안은 컨설팅을 통해서 받은 피드백을 알려주고 오늘 할 프로그램을 설명해 줍니다. 그다음 프로그램을 하나하나씩 진행하는데 타이트하게 2시간을 훈련으로 꽉꽉 채우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준비 및 정리하면서 아이와 놀아주기도 합니다.
어떻게 훈련시키고 적응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초반에는 이론을 조금 설명해 주고 제가 먼저 시범을 보여줍니다. 이론은 ABA베어스의 밥 첸 선생님이 쓰신 <처음 배우는 ABA 이론편> 및 ABA캥거루의 여러 영상들을 활용해서 간단히 요약을 해줍니다. 어느 정도 흐름과 원리를 이해하는 건 한 1-2달 정도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20대 남녀 대학생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와 함께 오랜 시간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마침 재활운동 및 놀이치료를 배우고 계신 분들이라 치료에 열심이셨죠.
구체적으로 누리고 있는 몇 가지 이점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일반화. 결국 우리 아이가 다른 어른들의 지시를 따르게끔 훈련시키려는 것이 목표입니다.
2.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먼저 준비하고 공부하게 됩니다.
3. 매일 훈련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억지로라도 하게 됩니다.
4. 비용 및 시간의 이점. 훈련 시 저도 옆에서 관찰을 하지만 어쨌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그 외 같은 동네맘으로부터 얻는 여러 가지 정보들과 더불어 태권도를 오래 한 남자쌤으로부터 아이가 태권도도 배운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가적인 혜택이었죠.
여기서 하나 불안할 수 있는 부분이, "만약 알바쌤이 그만 두면 어쩌지?"라는 걱정일 텐데 이 부분도 BCBA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아이가 또 다른 어른을 만나서 일반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시니 근심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알바쌤까지 고용해 저나 아이에게 모두 득이 되다 보니 홈세라피를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큰 비용 안 들고 이렇게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자폐 치료에 있어서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