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asks...
서울시에서 소송장을 받은 이후 부동산에 눈을 떴다면,
결정적으로 더 생업에 집중할만한 또 하나의 결정타를 맞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시험관으로 얻게 된 하나뿐인 아들의 자폐 진단...
남편은 훨씬 더 조급함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아들 자폐 진단 났을 때, 어땠어?
Husband says...
우리 아들이 3살 정도 됐을 때 확실히 다른 아이랑 다르다는 거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아니길 바랐었고 한동안 부정했지. 하지만 너무 늦어서 대응이 안 되는 것보다 빨리 진단받아서 맞다면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서울대병원에서 자폐 검사받는 것에 동의했지.
그때 너는 회사 간다고 검사 자체는 나 혼자 갔었어. 아이가 검사를 한 후 원래 진단은 담당 의사가 해주는 건데 내가 마음이 급해서 검사자에게 자폐가 맞는지 물어봤지. 질문지를 쭉 보더니 표정이 별로 안 좋더라고.
"왜요?"
"..."
"혹시... 맞나요?"
"네... 맞습니다"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지.
남 앞에서 그렇게까지 울 줄 몰랐는데 그냥 미친 듯이 눈물이 나오더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다리에도 힘이 풀려서 못 일어났어. 우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일어서 나가고 싶은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안되더라..
겨우겨우 나오면서 마음을 다잡았지.
그때가 네가 항상 신기해하는 자신감(?) 같은 것이 다시 발동하던 순간이랄까. 그러니까 현실을 딱 받아들이고 '이거 지금 해야 돼, 이거 안 하면 안 돼'라고 느끼면 궁지에 몰린 쥐처럼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지거든. 그래서 이제 어떻게든 내가 이 아이를 책임지고 뭔가 부족하면 내가 채워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너한테도 더 강경하게 한의대 준비 그만하겠다고 한 거야. 내가 도우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그래서 너도 한풀 꺾인 거고. 그리고 그때 마침 한의대 중 하나가 영어랑 한자 시험만으로도 응시할 수 있는 전형을 발표해서 나보다는 공부 잘하는 네가 더 유리하겠다 싶어서 바통 터치했지ㅋ 그래서 너는 시험 준비하면서 아이를 치료했고 나는 계속 돈 벌 궁리를 하면서 이런저런 삽질을 참 많이 하고 다녔지.
지금 너무 좋아진 아이를 보면 가끔씩 놀라. 네가 그동안 수고를 많이 했구나... 고맙지. 너무 좋아져서 비싼 대안학교로 보내는 바람에 내 부담은 더 커지긴 했지만ㅋ
이 일을 거치면서 우리 가족의 미래를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 줄 모르는 거고 그때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 가족 법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그때 든 거고. 그래서 돈으로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법인을 물려주고 싶었어.
그때 이후 지금까지 매일 새벽 3-4시까지 일하잖아.
Wife thinks...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Miracle7919>라는 브런치북에서 다뤘기 때문에 여기서는 패스하지만 그 고난이 어쩌면 우리에게는 선물이었다. 금전적으로도 경각심을 제대로 불러일으키게 해 주어서 남편이나 나나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도전하게끔 만든...
결국 남편의 한의대 준비는 나에게 넘겨져서 나도 2년간 준비를 하다가 접었다ㅋ 덕분에 남편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게 되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