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asks...
서울시 소송과 아들의 자폐 진단의 충격은 남편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슨 한이 맺혔던 사람처럼 새로운 도전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의대 준비하라고 꽁꽁 묶어둔 내가 무안할 정도로.
편입 시험을 그만두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뭐야?
Husbands says...
더 이상 독서실에 수험생으로 안 가도 되니까 좀 살 것 같으면서 가장의 무게는 짓눌러오더라고.
그나마 다행은 사람들은 보통 갑자기 일이 없어지만 '뭐 하지?' 하는데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어. 서울시 소송건으로 부동산에 눈을 뜨기도 했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었지.
본격적으로 공부를 그만두고 제일 먼저 시작했던 건 구매대행이야.
일단 내가 큰돈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도 했지만 사실 구매대행은 내가 미국에 유학하고 있을 때부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그때야 인편으로 외국 물건을 사고파는 수준이었지 지금 정도의 대규모 구매대행은 없었어. 난 당시 미국에 있었으니 미국의 아울렛이나 빅 세일 같은 거 있을 때 싸게 산 다음에 한국으로 보내서 팔아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당시 뭐 생계 때문에 식당 알바하느라 생각에 그쳤지.
그러다가 나의 스승인 유튜브의 영상들을 보면서 '아 그래 이거다. 이건 내가 할 수 있겠네' 싶더라고. 그때는 신사임당이 유명했고 또 서과장이라고 지금은 인플루언서이지만 완전 초기 때 진짜 손바닥만 한 화이트보드에 그림 그려가면서 설명해 주던 때부터 들으면서 독학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처음에는 중국 걸 많이 갖다 팔다가 나중에는 유럽이랑 미국의 물건을 갖다 팔았는데 용돈벌이 수준은 나오더라고. 동남아 역직구도 하고 온갖 이커머스 사이트에 올리면서 계속 확장하면서 아프리카, 중동까지도 계정을 만들었어. 물건은 진짜 진짜 다양하게 많이 팔아봤어. 가장 저렴한 거는 돋보기안경부터 시작해서 꿀, 건기식, 천막 심지어 농기구까지 판매해 봤지.
내가 다른 사업들도 벌이느라 계속 꾸준히 붙잡고 있지는 못했지만 한창 올려놓은 제품들이 지금까지도 조금씩 나가는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해. 광고도, 리뷰 쌓기도 전혀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낚시 조끼도 2만 원에 매입해서 10만 원에 팔고, 아이패드 액세서리 같은 것도 일본에서 수급하는데 거의 2배 이상 차익을 남기고 파니까 쏠쏠하지. 계절성이나 오타쿠 감성 건드리는 것이 괜찮고 삼성이나 애플에서 신제품 나올 때마다 관련 제품들을 미는 거지. 사실 구매대행은 어려운 건 없고 그냥 자기 시간과 육체를 갈아 넣으면 되더라고.
근데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하루 4시간씩 구매대행에 시간 쓰는 게 조금 아깝더라고. 판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봤으니까 다른 경험들을 더 쌓고 내 제품, 내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싶더라고. 그래서 한동안은 구매대행을 잠시 멈췄고 요즘 다시 제조를 하는 다른 대표들을 만나면서 제조 노하우 같은 거를 배우고 있지.
처음에는 조금 어설퍼도 분명히 효자 제품 하나 나타날 거고 거기서 시작하면 될 것 같아. 우리는 국내가 목표가 아니라 해외로 나갈 거야. 국내는 너무 박터지고 국내 셀러들 너무 똑똑해서 경쟁하기 힘들어ㅋ 이젠 경매도 하니까 일이 커지면 사무실, 공장부지도 받아도 되고.
Wife thinks...
남편은 구매대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쇄 창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약간 모범생(?) 스타일이라 자꾸 일을 다양하게 벌리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되었다. "하나만 좀 지긋이 해봐..."라는 말에 남편은 이제는 그렇게 한 우물만 파면 안된다며 여기저기 계속 뛰어다녔다.
나도 퇴사 후 백수가 되면서 비로소 남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조건 공부부터 시작해야 하는 스타일이라면 남편은 몸으로 부딪히는 스타일. 흔히 성공한 사람들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보다는 남편이 성공자들의 생각과 행동 패턴에 더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