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asks...
을지로 고시원 실패 경험 이후로 한동안 고시원 얘기가 뜸하더니
갑자기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남편.
저번에 손해를 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신중하게 하겠거니 했는데,
물건 정보 뜨자마자 그날 새벽에 바로 가서 임장하고 계약금 걸어버림..
한번 사기당하고 어떻게 다시 고시원을 시작하게 되었어?
Husband thinks...
을지로 고시원 인수 건은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고시원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었어.
경매에 더 집중하면서도 고시원 관련 콘텐츠는 계속 놓치지 않았지.
내가 초창기 때부터 계속 눈여겨봐 온 유튜버가 있는데 고시원 관련 콘텐츠를 계속 꾸준히 내보내더라고. 그래서 한 2년인가 그냥 쭉 보기만 했어.
그 꾸준함에 믿음이 갔는지 이 유튜버가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할 때 솔깃하더라고. 고시원 물건을 선공개해주는 단톡방이라는데 회비를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지. 짠돌이인 내가 들어갈 정도면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서겠지?ㅎ
그래서 모임에 들어가 보니 나름 규모가 되는 경매 유튜버들도 있고, 숙박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2번째 고시원 소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하더라고. 느낀 점은 아, 그래도 여기는 좀 건강한 곳이구나... 왜냐하면 고시원은 좀 암흑세계라 첫발을 딛기가 어려워.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가서 눈 뜨면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약간 그런 느낌.
근데 점점 그 어두움이 익숙해지면서 눈에 떠지기 시작하더라고. 카톡방을 통해 다양한 물건들을 간접적으로라도 접하니까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그러다가 저녁 늦게 물건 하나를 봤는데, 약간 눈이 번쩍하더라고. 내가 현재 가진 자금으로도 가능할 것 같아서 진짜 그다음 날 새벽같이 임장을 다녀왔어. 부천 번화가 쪽이었는데 여기도 시설은 별로였지만 내가 완전 허름한 을지로 고시원을 접해봐서 그런지 천국 같더라고ㅋ 입실자들도 조금 덜 험악해보이고. 여기도 혹시 옥상이 있나 확인해 보니까 원장이 아예 옥상을 폐쇄했다고 하더라고. 그 부분도 마음이 놓이고.
쭉 둘러보니 그래도 컨트롤이 가능할 것 같았어. 월 수익은 미리 계산해 봐도 크지는 않았어. 하지만 수익률로 따졌을 때는 2-30% 정도는 나오겠더라고. 사실 프리미엄 고시원이든 이런 썩은 고시원 (내가 그래서 '썩고'라는 이름을 지었지)이든 투자금에 따른 현금 흐름의 차이지 결국 수익률은 비슷하거든.
그래서 OK! 내 첫 시작으로는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바로 너한테 전화한 후 부천 고시원 인수받기로 했지. 처음에 맡고 나서는 모든 게 다 새롭게 다 스트레스지.. 이제 진짜 내 거다라는 생각으로 들어가니까 여기도 뭐 여기저기 엉망진창이지. 첫 고시원이고 마음 같아서는 인테리어를 싹 갈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어. 주로 방값을 올리고 권리금을 올리려고 인테리어를 하는데 보통 인테리어 비용도 엄청 들잖아. 내가 수익률 계산했을 때는 인테리어를 제외한거라 인테리어를 하는 순간 또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 몰라서 난 인테리어를 과감하게 안 하기로 결정을 했어. 그냥 현 시스템 유지하면서 공실 채우고 고시원 경험을 쌓기로.
이렇게 결정을 하니까 중개해 주시는 분들이 놀래고 황당해하시더라고ㅋ 그런데 난 내 수익률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과감히 인테리어를 버렸고 그러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 어차피 내 고객은 기존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 마케팅도 크게 필요 없고 시설 설비 등에 대해서 신경 쓸 걸 줄이면서 내 공수를 줄이면 괜찮겠다 싶었어.
못 쓰는 창고 같은 방도 정리하고 해서 방도 다 채워 나갔어. 우리 고시원에 오는 사람들은 어디 인터넷 이런 걸로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지나가면서 전화하는 케이스가 많더라고. 가끔 소개받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처음에는 수익이 생각보다 안 나서 입실료를 조금 올렸지만 그래도 부천역 근방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축에 속해서 딱히 홍보도 많이 할 필요 없더라고.
그렇게 기본적인 세팅을 해놓고 보니 입실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보이더라고. 사실 말이 고시원이지 거의 달방 수준으로 오래 있으신 분들이 많았어. 만나면 항상 내가 먼저 인사하고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건 바로바로 채워줬지. 내가 액션이 빨랐는지 그것조차 좀 감사해하는 분위기이고 내가 가끔 고시원에 가면 '오~ 원장님!'하고 반가워해주시더라고. 사실 사이가 정말 좋았어. 그러다 보니까 내가 믿을 수 있는 몇몇 분들에게 쓰레기 배출, 밥 제공 같은 것들도 부탁드려서 입실료 깎아드릴 수 있었지. 또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고시원 어디 고장 났다고 얘기하면 그냥 바로 뚝딱 고쳐주시더라고. 사실 이게 나의 '자동화 전략'이었어. 사실 말이 쉬워 자동화지 이것도 세팅하려면 기계, CCTV 설치 등 추가적인 비용이 든단 말이야.
화장실 청소만 외주를 주고 사실 나머지는 다 알아서 움직이게끔 만들어둬서 사실 내 손이 거의 안 들어갔어. 가끔은 입실자들이 전화해서 '원장님 너무 안 오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기도ㅋ
물론 좋은 사람들만 있진 않았지. 사람이 3명만 모여도 정치를 한다고 그 안에서도 나름 대빵(?) 같은 꼰대들도 있었어. 그래서 너무 심한 사람은 내보내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는 인사도 잘하고 웃으면서 얘기하다가 한번 제대로 붙으면 돌변하잖아ㅋ 그래서 필요하다고 느낄 땐 성깔도 보여주고 하면서 질서를 잡아갔어. 어떤 사람은 계속 말썽을 피우던 사람인데 한동안 안 보이길래 전화를 했더니만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병문안을 한번 가니까 놀래더라고. 가족과 인연이 끊긴 사람이거든. 그래서 '나 밖에 없죠?'라고 얘기하니까 웃더라고. 그다음에 돌아와서는 좀 태도가 달라지더라고. 물론 항상 일관적이진 않았지만ㅋ
결국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부천 고시원과의 인연은 끝냈지만 나한테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 첫 임대 자동 수익화를 맛보았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또 성장했잖아. 다행히 고시원을 넘겨줄 때는 완전 만실이 된 상황에서 새 원장에게 넘겨줄 수 있었지.
아직도 그때 입실자들이 연락이 와.
한번 놀러 오라고.
Wife thinks...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을지로 고시원을 한번 경험하니까 부천 고시원을 한다고 했을 때
남편도, 나도 조금은 더 맘이 편했다.
아마 그때 경험 없었으면 도전 안 했을 수도.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알게 되었을 때... 그 시간들이 보상받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