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의 이미지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것 같다. 몇년전에 이태원에서 사고도 있었고, 오히려 할로윈에서 총기난사가 이뤄질 때도 있으니까.
이번에 할로윈을 갈까 말까 싶다가, 개인적으론 3-4년 만에 맞는 할로윈이기도 하고, 날도 꽤나 따뜻해서 둘러보기로 했다. (온도가 20~27도 정도) 과거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가 뉴욕에 있을때 마다, 할로윈은 꽤나 추웠던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코스튬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와 이러렇게 추운데 저러고 돌아다닌다고? '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할로윈은 꽤나 따뜻했다. 긴팔하나만 입고 다녔는데도 후덥지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West Village쪽을 둘러봤다. 이곳은 특히나 이런 장식들을 잘 해두는 곳인데, 아무래도 할로윈 퍼레이드가 이쪽 주변을 지나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이미 길들은 귀엽게 꾸민 아이들이 주인이 된 듯 이곳저곳을 돌면서 trick or treat을 외치고 있었다. 나는 관광객으로서, 멀리서 이들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일부 집에는, 집주인들이 나와 의자에 걸터 앉아,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도 꽤 보였다. 그들에게는 할로윈에 손자와 손녀 같은 자신의 집을 방문한다는 그런 설렘으로 집을 꾸미고, 자신을 꾸몄을 것이다. 그들의 기대감으로 며칠전부터 꾸몄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할로윈은 이런 날이구나 싶었다. 애정으로 사탕을 준비하고, 설렘으로 집을 꾸미는 그런날..
누구든지, 어린아이들이라면 사탕을 받을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 살던 다른 나라에서 왔던, 아이라면, 누구든지 사탕을 받아갈수 있는 그런날 아이들 입장에선 얼마나 설레고 행복한 날일까..
이 길을 지나서, 조금씩 번화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1시간 뒤에 퍼레이드가 시작되서 그런지 경찰들도 서서히 길을 통제하고, 길이 좀 복잡하긴 했다.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어야지 하고 가다가, 한 가게에서 사탕을 봉지에 담아 놓고, 하나씩 가져가라고 사람들에게 권했다. 나도 호기심에 가까이 가니까, 이분이 happy halloween 이라고 하시면서 내 손에 사탕을 쥐어주셨다. 애도 아닌데 사탕을 받아서 그런지,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이곳에서 뭘 먹기로 정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창밖을 보는데, 분장한 사람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사탕에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모습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괜찮다고 하면서 안받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는 모습이 정말 따뜻했다.
음식을 다 먹고 떠나려는데, 직원이 음식 괜찮았냐고 그러면서 초콜릿바가 담긴 포장지를 하나더 건내면서, 또 먹으라고 그랬다. 괜찮다고 했지만 직원이 하나 더 주는데, 기분좋게 받으면서 thank you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돌아갈까 싶다가, 유니언 스퀘어에 사람들이 많이 분장하고 돌아다니는것 같아서 여기를 슬쩍 지나가고 집으로 가야지 했다. 할로윈하면, 귀신분장 무서운것을 상상하지만, 오히려 이날은 상상력 넘치는 코스튬으로 가득한날이다. 슈퍼마리오, 스폰지밥 등의 캐릭터도 있었다. 또, 자기가 쓰던 이불에 눈 구멍 2곳을 뚫어서 그걸 쓰고 다니는 어린애도 봤다. 아마 가장 저렴하게 분장을 한 친구가 아닐까, 할로윈이 끝나고 다시 그 이불을 침대에 깔면서 할로윈을 추억하진 않을까 라고 혼자 상상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퍼레이드를 직접 보는것도 좋지만, 이제는 복잡한것도 싫고, 퍼레이드로 노선이 바뀌는게 싫어서, TV로 할로윈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정말 아이디어가 기발한 분장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세자매가 가위 바위 보 분장을 하기도 하고, 또 missing cat이라고 하면서 고양이 잃어버린 포스터지만 고양이 대신 고양이로 분장한 자신의 얼굴을 넣은 사람도 있었다. 또 해파리 분장도 한 사람도 있었는데, 분장하는데 얼마나 걸렸냐는 물음에, 구상부터 주문까지 3주가 넘게 걸렸다고 했다.
처음엔 왜 저렇게 까지 할까 라고 신기하다 라고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할로윈은, 그들이 마음에 품고 있던 갈망이나, 꿈들을 표현하는 날이 아닐까. 표현 하기 위해 며칠, 몇 주 전 부터 내가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면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아닐까.
할로윈을 단순히 귀신분장하고, 클럽이나 술집 가는 날로 치부하기엔 엄청 의미가 있는 미국의 특별한 날인것 같았다. 은퇴한 노인분들에게는 아무도 방문하지 않던 그들 집에, 아이들의 방문으로 설렘과 기쁨이 깃드는 날이고, 상점들은 사탕과 초콜릿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호의와 인류애가 묻어 나는 날 인것같았다.
분장을 하는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품고 있는 꿈들을 창의적인 분장으로 세상에 보여 주는 자신을 만나는 날인것 같았다.
이번에 내가 만난 할로윈은 따뜻한 할로윈으로 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