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뭔가 깊은 내용을 써야 할 것 같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 달 정도 글을 못 올렸던 것 같다.
뉴욕에서 다양한 수업들을 듣고 있다. 차이나 타운에 Chinese Calligraphy 수업이 있다고 그래서 중국어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수업에 참여했다.
가자마자 처음 수업 듣냐고 물어보고, 또 나보고 중국어 할 수 있냐고 묻고 못한다고 하니까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물었다. 아무래도 일상에서 한자를 많이 쓰는 나라가 일본이라 그런 것 같았다.
뭐든 배우는데 늦는 건 없다면서 붙잡는 방법부터 설명해 주시고 자세를 고쳐 잡으라고 그랬다. 허리를 의자에 딱 붙이고 허리를 세우고, 종이도 비스듬히 두면 안되고, 또 붓을 잡을 때 붓이 책상과 90도가 되어야 한다면서 자세부터 붓을 쥐는 방법 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문득 처음 글을 배웠을 때도 그렇게 연필 잡는 법부터 의자에 앉는 방법도 배웠었나라고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었다.
좌측이 선생님이 적은 페이지, 우측이 연습한 획들.
획들을 계속 적어 내려가면서 의식적으로 나의 자세와 손에 힘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계속 체크하게 되는데, 문득, 글자를 적어가는 일이 꽤나 집중력을 요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얼마전에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지난 주말에, 한국계 미국인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같이 문구점을 둘러보는데 예쁜 카드를 보더니 곧 크리스마스라 카드랑 선물을 사야겠네라고 혼자 읊조리는 것을 들었다. 친구한테 카드를 살 때, 받을 사람과 비슷한 디자인의 카드를 사냐고 물어보면서 카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개인적으로 1년에 한 번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로 1년 동안의 노고와 감사를 전하는 미국의 크리스마스 문화가 정말 따뜻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지를 주고받는 게 너무 구식이고, 또 형식적인 카드들이 방 안의 한 서랍을 차지한다는 점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터라 친구한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 친구는 불편하긴 하지만 손편지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들이 귀하다고 그랬다. 친구의 말도 공감하지만,여전히 온라인 메시지 카드가 낫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내 생각을 마무리 지었었다.
하지만 오늘 캘리그래피 수업에서 글자를 적어 내려 갈 때, 붓의 각도를 생각하고, 자세를 고쳐 세우며 계속 연습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서 한통의 카드 안에 담긴 게 단순히 글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획 한 획 적어 내려가는 손편지에는 그 사람의 어마어마한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글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나와의 추억을 생각을 했을 거고, 글을 집중해서 적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냈을 것이고, 글자를 틀리지 않게 적기 위해 집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