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먹다 보면 쉽게 떠나기 쉽지 않다고 뉴욕에서 돌아온 뒤 3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을 정말 체감했다.
아얘 떠나는 것도 아니고 잠깐 다녀오는 건데도, 이렇게 떠나도 되나, 너무 무책임해 보이진 않을까, 월세는 어쩌지 하면서 계속해서 뉴욕행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가지 않으면 내년에 이맘때쯤 되면 작년에 갈걸 이라고 후회가 남을 것 같아서 또, 뉴욕에서 하려는 일들을 생각하고 스스로 왜 떠나는지를 질문하고 대뇌이면서, 스스로를 설득했다.
누군가가 왜 두 달 동안 떠나 있냐고 물어보면 대충 둘러댔었다. 미국에서 할 일이 있다고,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여행을 해야 한다고..
이제와 적어보는 진짜 내가 뉴욕을 가기로 했던 이유는 이랬다.
먼저 나는 원격으로 일하고, 대만, 홍콩,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 클라이언트들이 있는데, 아시아권 이외에 미국, 유럽권은 시간대가 정말 다르다 보니 좀 더 그들과 시간 조율이 어렵기도 했고, 이번에 내가 그들의 시간대로 가면 좀 더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실제로 와서 보니 뭐 달라진 건 없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좀 관계로 지쳐있었다. 1년 동안 맡았던 활동이 있는데 거기서 에너지를 전부 소진해 버린 느낌도 들었고, 또 지인들 중에 꼭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해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고, 내가 연락하면 바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항상 자기 동네 주변으로만 약속 잡고 조금만 멀어지면 약속을 취소하는 지인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한테 계속 연락 오고, 그러면 답장하는 것도 좀 지쳤던 것 같다. (해외 나와있다고 하면 따로 연락 안 오고 그래서 좋다.. 이번기회에 연락 끊겼으면..? )
또, 첫 번째 글에 적었던 것처럼, 뉴욕은 내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배웠던 곳이기도 하고, 많이 성장했던 곳이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또 오히려 미국 사람들의 적극적인 모습이나, 자유로운 모습에 영향을 받아서 내가 한국에서 생각만 하고 못했던 개인 프로젝트를 좀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뉴욕은 꿈의 도시기도 하지만 나에게 좌절을 줬던 곳이다. 3번의 대학원 지원을 했지만, 3년 내내 떨어져서 거기에 대한 좌절감이 꽤나 컸었고, 그 좌절감에서 빠져나오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타격이 컸고, 뭘 노력해도 다 안될 거야 라는 생각으로 무기력하게 몇 개월 동안 살기도 하고, 열정도 많이 사그라들었었다. 아직도 100% 회복은 되진 않았지만 많이 나아졌다. 이번에 뉴욕을 다시 둘러보게 되면, 내가 이 도시에서 흩뿌리고 다녔던 나의 열정을 다시 발견하진 않을까, 나의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진 않을까 라는 작은 기대감 역시, 이번 여행의 시작을 함께 했다.
이러한 다양한 심경으로,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약 13시간의 비행 속에서, 허리가 불편하고 자세도 불편하면서 내가 잘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이번에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몇 번 들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하루를 보내고 뉴욕으로 넘어가기 위해 몬트리올에서 짐을 부치고 들어가는데, 한 직원 나보고 미국에 왜 있고, 얼마냐 있냐고 물었다. 여행이고, 두 달이나 있겠다고 하니까 되게 의심하는 눈으로 쳐다보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하게 비행기 터미널로 들어왔다. 그 당시에는 저 질문이 입국 심사 질문인지 모르고, 터미널 들어오자마자 뉴욕 공항에서 입국 심사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휩싸였고 지금까지 매번 잡혀서 세컨더리룸 가거나 가방검사 했던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난 왜 여기까지 뭐 하러 왔는가,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거면 왜 왔지?'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라과디아에서 내리니까 입국심사 없이 바로, 가방을 찾을 수 있었고, 택시를 타고 바로 친구가 사는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뉴욕의 야경을 보니, 새삼 뉴욕에 왔다는 것이 느껴졌고, 뉴욕은 여전히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곳에서 보냈던 20대의 추억이 되살아나서, 오길 잘했구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친구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고, 일단 밤이라 대충 씻고 잠에 들었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잠깐 깼다가, 친구네 화장실에서 바퀴벌레 비슷한걸 4-5마리를 발견하고 또다시 현타가 왔다. 나는 왜 여기까지 고생해서 와서, 내가 벌레를 잡고 있어야 하지...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다시금 되뇌면서 잠에 들었다. 이번엔 무조건 답을 찾아서 돌아오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