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있을 때
학위 논문 심사가 끝나고 석사 과정이 어느덧 마무리되어 간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너무 진부하고 지루하게 느껴져 일종의 탈출구로 선택했던 대학원 진학.
충동적으로 대학원에 입학 후 2년 반이라는 짧고도 긴 과정이 어느덧 끝나간다.
직장에 양해를 구해 출퇴근 시간도 바꾸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눈치 보며 칼퇴근 후 서울로 뛰어가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내년부터 퇴근하고 갈 학교가 없어지니 공허한 느낌이 든다.
눈이 많이 오는데 막히는 고속도로를 뚫고 학교에 갔던 기억, 3학기 막바지 여름으로 접어들 때 더운 날씨에 구두를 신고 전철역에서 학교까지 열심히 뛰어가던 기억, 어느 늦가을에는 이태원 참사로 학교 부속 병원 장례식장에 어린 희생자들의 이름이 고인 현황에 있어서 안타깝던 기억, 동기들이랑 수업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깔깔거리던 기억 등 여러 감정을 품은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뛰고 10시가 넘어 졸면서 수업을 들을 때, 좋지 않은 머리를 쥐어짜며 논문을 쓸 때는 '이놈의 학교! 빨리 끝나고 실컷 놀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막상 연구를 하고 논문 완성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학교를 더 다니며 지금 맡은 주제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직장에서 힘들 때 나름 학교는 나를 환기시키는 공간이었다. 때문에 석사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박사 과정 진학에 대한 고민을 한다. 공부를 이어서 하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박사 과정을 시작하면 짧아도 5년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느 학교를 가느냐에 따라 퇴사를 해야할 수도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깝고..이제 결혼도 걱정할 나이이다...
(주변 친구들도 결혼 때문에 학위 과정을 망설이는 친구가 많다.)
회사에서도 점점 나의 자리는 넓어지고 있다. 물론 나 하나 없다고 돌아가지 않을 회사가 아니지만, 학업과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어릴 때는 아무 고민 없이 중요한 선택을 기꺼이 하곤 했다. 그때는 위험 회피도가 굉장히 낮았던 것 같다.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할 때도, 첫 직장을 선택할 때도... 남들이 10가지 생각하면 나는 한 두 가지만 보고 그냥 나를 내던졌었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주변 환경에 점점 내가 묶이는 느낌이다. 이걸 선택하자니 저쪽이 걸리고, 또 이걸 하면 저걸 못할 것 같고, 자꾸 무언가 포기해야 다른 하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욕심은 점점 많아져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는 않다.
삶에서 많은 경험이 쌓이는 것을 '연륜'이라고 하며 연륜이 많이 쌓이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선택을 할 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두려움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겪지 않아도 예상되는 문제점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에 한 번도 걷지 않은 길을 무작정 걸어가는 선택에 대해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다.
뭔가 싱숭생숭한 연말에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을 하다 글을 쓰게 되었다. 왜 부모님이 가끔 밤에 쉽게 잠에 못 드시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