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에 대한 사유(思惟)

영화 ‘한국이 싫어서’ 감상문

by Olivia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아온 친구들은 살면서 한 번 즈음은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것이다.(대한민국 평균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내 주변의 친구들은 대체로 일생에서 한 번은 해외거주를 꿈꾼다.)

나도 대학생 시절 좋아하던 해외 도시에서 살고싶던 생각이 컸다. 그 때 당시에는 가서 어떻게든 노력을 하면 이 한 몸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은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좋게 말하면 눈앞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치기어린 무모함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잡고 점점 나이를 먹으며 해외살이에 대한 꿈이 희미해졌다. 해외는 직장생활을 하다 지칠 때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그런 장소로 점점 자리잡아가고 있다. '어떤 도시든 여행일 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막상 가서 운좋게 직장을 잡는다 해도 결국 자리를 잡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어떤 장소든 생활 터전이 되면 설레임도 사라지고 기대감도 없어지는 법이니까.'


최근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보았다. 영화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를 보고 원작이 궁금하여 소설을 빌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소설을 읽었다. 주인공 '계나'의 모습에 100% 공감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부분 나의 20대 모습과 닮아있었다.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났다.(영화에서는 호주가 아닌 뉴질랜드로 떠나는 모습이 나온다.)

'계나'는 평범한 대학을 나오고, 평범한 집에서(아마 계나의 가정형편을 수저에 비유하면 흙수저와 은수저 사이일 것으로 추정한다.), 졸업 후 그저그런 회사에 취직하고, 개똥같은(?) 부서에 들어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나도 평범한 대학을 나와 나와 비슷비슷한 친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여 현재의 직장에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다. 2년 반 동안 경력을 쌓기위해 비정규직 자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며 수십번의 채용공고에 지원했고, 외울정도로 자소서를 써내려갔다. 처음 신었을때는 구두가 낯선 발에 신기만 하면 발이 까졌던 7cm높이의 검정 구두는 어느 새 구두를 신고 뛰어다닐 정도로 편해졌었다. 직장에서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조퇴를 해서 구두를 신고 헐레벌떡 뛰어다니고 밥도 거르며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갔었다. 붙은 줄 알았던 채용시험이 최종 면접을 앞두고 시험 자체가 취소된 적도 있었다.(작은 기업이 아님에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이 날 좌석버스에 앉아 펑펑 울었는데 아이라이너가 번진 눈물을 꾹꾹 짜는 모습을 기사아저씨가 어떻게 보셨을지..)

동창들 중에 의사나 약사, 변호사가 되거나 삼전과 같은 대기업에 턱턱 붙은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취준생을 겪은 2년 동안은 나도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 결국 나라 탓을 했던 것 같았다. 내가 잘못 살았나, 대학 때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쌓고 자격증도 닥치는대로 땄는데... 면접에서 합격시키는 기준도 잘 모르겠고...(취준생 청년들, 학교에서 쌓은 스펙은 서류전형 통과를 위한 준비일 뿐 스펙이 화려하다고 너무 마음놓으면 안된다.). 결국 일자리가 이것밖에 안되는 것은 정책이 잘못된것이야... 이나라는 무슨 관행이 이렇게 많은지.. 정년을 늘린다고 하는데 그러면 나같이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은 어디를 가라는거지..우리나라는 채용할 때 학연, 혈연, 지연을 너무 많이 고려해...남자만 채용하네 등등 남탓이란 남탓은 다 했었다.

남탓(특히 한국)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외에 정착한 사례들을 보며 해외살이에 대한 로망을 키웠던 것 같다. '여기는 야근이 없어요!', '학벌이나 배경보다는 능력을 보는 직장이 많아요', '꼰대가 없어요', '휴가가 한 달이나 된다고?!‘ ’오히려 추가근무 하면 상사한테 불려갑니다.' 등등

'한국이 싫어서'에서 '계나'는 호주에 가서 돈, 집이 없어도, 설거지를 해도, 식당 웨이터일을 해도, 영어를 못해도 호주에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결혼을 해서 맨날 시어머니 욕을 하거나 일찍 취업을 하고 직장상사 욕만하는 계나의 친구 미연과 은혜처럼 남의 불행을 원동력삼아 위안받으며 행복을 찾는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삶을 ‘계나’는 원했고 노력하고 이루었다.


근데 결국 나도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서 해외 이민에 대한 꿈이 희석된 것이 아닐까. 만약 계속 취직을 못했다면, 우리 부모님이 계나의 부모님처럼 딸한테 돈을 달라고 할 정도로 돈이 없었다면, 상식에 맞지 않은 무리한 일을 시키는 회사를 다녔다면. 똑같이 힘든 환경이라면 나도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나라로 당장이라도 떠났을 것이다. 결국 지금 누리는 행복을 놓치게 될까봐, 다시 또 힘든 환경에 놓이고 싶지 않기에 해외 살이에 대한 마음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이다. 지금도 해외에 가는 것이 좋다. 파견직으로 1~2년 살다 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버리고 갈 정도로 메리트가 있을까.

계나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호주로 떠났다.

나는 지금 현재는 행복하다. 하지만 이 행복의 연료가 무엇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경제적 안정일까? 자유로운 삶일까? 아니면 나중에 할 수도 있는 결혼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참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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