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감상평 2

감상포인트 2. 보이지 않은 계급

by Olivia

사랑의 이해’는 특히 더욱더 감명 깊게 보았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들이 꼭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닮아서 그렇다. 내 주변에는 ‘수영’을 닮은 사람이 있고 ‘상수’를 닮은 사람이 있고 ‘미경’을 닮은 사람이 있다. 특히 ‘수영’을 닮은 사람과 친해서. 더욱더 공감이 갔다.

‘사랑의 이해’ 영상을 요약하거나 편집한 영상에 달린 댓글에서 ‘수영’은 ‘열등감 덩어리’,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여자’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보였다. ‘저런 여자랑 결혼하면 평생 피곤하다.’ 등등.

근데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환경을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친구는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없이 생활을 했다. 대학 졸업 후 상경하여 고시원에 살았던 적도 있고 열정 페이 수준의 비정규직 자리에서 일해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에 취직도 했고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정말 대단한 친구다. 나 같으면 못했을 거라고 생각을 늘 했다. 근데 그 친구가 남들보다 예민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어야 하니까. 다른 사람과 출발점이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 남들보다 좋지 못한 울타리에서 생활한다고 느꼈으니까. 그래서 남들보다 더 조심해야 했고 더 웅크리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웠던 것이다. 그를 보면서 나는 반성했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지만 나는 내가 가진 걸 과소평가했었다. 내가 가진 걸 활용할 줄도 모르면서, 정말 끝까지 노력해보지도 않고 힘들면 포기했으면서.

그 친구와 같이 다니던 친구 한 명이 더 있었는데 3명 중에는 가정형편이 제일 넉넉했다. 소설 속 ‘미경’과 제일 비슷한 친구였는데 회사원이지만 부모님에게 용돈을 따로 받고 생활했으며 거주하던 회사 근처 집도 부모님이 얻어 주신 집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꼭 명품가방이나 고가 브랜드의 옷을 하나씩 장만해 오곤 했다. 결혼도 비슷한 집안 아들과 했는데 결혼할 때 예물로 받은 것만 합치면 웬만한 외제차 한 대 값이었다. 이 친구는 드라마 속 ‘미경’처럼 밝다. 단어 그대로 얼굴에 ‘구김살’이 없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항상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아직도 생각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환하게 웃으며 입사 동기들에게 화장품을 선물하던 밝은 얼굴이.

속단하기는 성급할 수 있지만 나는 이들과 다니면서 회사에는 직급과는 다른 ‘계급’이 존재함을 알았다. 우리 셋은 모두 같은 회사에 다녔다. 직급도 같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위치가 있었다. 팀장님부터 바로 위 맞선임까지 묘하게 우리 셋을 다르게 대했다. 존재감이 크지 않던 나를 사이에 두고 ‘수영’을 닮은 친구는 뭘 하든 타박이었다. 목소리가 작으면 자신감이 없다, 형편에 비해 집을 너무 비싼 곳을 얻었다는 둥… 정말 배려 없는 말들을 막 던지곤 했는데. ‘미경’을 닮은 친구는 미소가 이쁘다, 부모님을 뭘 하시냐, 부잣집 딸내미 등등 듣기 좋은 말만 듣다 나갔다. 똑같이 병가를 내도 누구는 팀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하지만 ‘미경’을 닮은 친구에게는 어디가 아프냐며 팀장님이 직접 전화까지 하시곤 했다. 누구는 드라마나 책을 보며 ‘진짜 회사가 저래?’, ‘과장한 거겠지?’ 하지만 더했으면 더했지 현실이랑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다. (나도 가끔은 우리 부모님에게 감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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