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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코치 이용만 Sep 21. 2020

인공지능한테 이기는 위트 글쓰기

칼럼과 논설문을 쓰는 인공지능도 절대 못쓰는 글은 무엇일까?

웬만한 애들 개드립보다 훨씬 센스 넘치지 않은가.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건 아니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3국에서 176수만에 알파고에게 불계패를 당한 후 한 말이다. 그러나 다음 4국에서 승리함으로써 AI를 이긴 유일한 바둑 기사로 기록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이세돌이 이긴 것이지, 인간이 이긴 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세돌이 아닌 이상 당신도 예외일수 있을까?

2020년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은 시각, 청각, 언어지능이 가능한 정도이다. 애플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 등 사람과 기본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요즘 언어처리 인공지능 분야는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미국 비영리 인공지능연구소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개발한 언어처리 인공지능 'GPT-3(Generative Pre-training Transformer-3)' 즉, 글쓰기 인공지능 때문이다.


https://blog.pingpong.us/gpt3-review/



2020년 7월 버클리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배우는 리암 포르(Liam Porr)는 'GPT-3가 글쓰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GPT-3로 기사를 만드는 블로그를 개설했고, 2주 만에 2만 6,000명이 방문해 소셜 뉴스사이트 해커뉴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https://liamp.substack.com/


주목할 점은 블로그에 올린 기사 중 제목과 도입부 사진만 사람이 준비하고 본문은 모두 GPT-3가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직 한 사람 만이 GPT-3에 의해 작성되었음을 알아차렸다.

리암 포르에 따르면 GPT-3가 생성하는 문장은 비논리적인 부분이 있거나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무관한 부분을 삭제해 결론을 추가하면 문제없이 읽을 수 있수 있다고 한다. 이는 복수 인원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팀을 우수 작가 1명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당신은 그 1명이 될 수 있는 우수한 능력이 있는가?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GPT-3를 사용 후, "무서울 정도로" 글을 잘 쓴다고 표현했다. 칼럼니스트 직업을 대체하는 건 시간문제인 셈이다. 웬만한 사람들보다 글을 훨씬 잘 쓴다는 말이기도 하다. 

1800년대 미국은 10명 중 9명이 농업에 종사했다. 그런데 2020년 현재는 어떠한가. 100명 중 단 2명만이 미국 전체 식량을 책임지고 있다. 모니터 앞에서 먹는 걸로만 돈 버는 시대를 상상하기나 했을까. 인공지능이 (법무부 장관이 말하는) 소설 쓰고 있는 상황에서 당신의 직업도 당장 몇 년 후를 알 수 없는 현실이다.

2019년 11월 하버드 경영대학원 Michael H.Yeomans가 이끄는 연구팀의 흥미로운 '유머 인공지능 개발' 사례가 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천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서로 다른 농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도구로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https://infogram.com/1p3mmwg9d73303u0ll7yqnj2w2idmkln7q5                                


호감 있거나 신뢰를 주는 사람의 유머에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선호도에 따라 매번 같은 유형의 유머에 지속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처음에 아무리 재밌는 유머도, 비슷한 유형으로 지속된다면 재미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매번 전혀 예측 불가능한 반전과 날씨 등 특정 상황별 다른 비유, 당시 심리상태 등 다양한 변수가 따른다. 이는 인공지능의 데이터만 가지고 통계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건, 단지 웃기기 위한 농담이 아니라 교묘하게 핵심을 관통하는 '위트'라는 지혜의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절대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만의 미묘한 감정이나 창의력,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위트는 단순히 데이터로 산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인간도 위트 능력의 차이는 크지 않던가.


이렇듯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든 분야도 분명 존재한다. 대면 소통이 필요한 부분, 특히 인간적인 공감이나 건조기에서 갓 꺼낸 듯 따스함을 주기는 힘들다. 영국 옥스퍼드 연구소에서 미래에 가치 있을 직업으로 마사지 테라피스트나 심리상담사 같은 소통 직업을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확산된 가운데 결국 인간에게 주는 따뜻함은 영상이나 글로써 전달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더 강력한 힘이 있는 건 글이고, 글 중에서도 공감과 지식, 재미와 감동을 주는 건 '위트'다.


인공지능은 절대 인간의 위트를 이길 수 없다.

질 거 같으면, 전원을 꺼버리면 되니까.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인공지능이 글쓰는 시대에는 그 비장의 무기가 '위트'다. 예측 가능한 논리와 뻔한 스토리는 절망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AI에게 글쓰는 즐거움을 뺏기지 않으려면, AI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창의력과 순간적인 재치를 길러야 한다. 위트를 '조자룡이 헌창 쓰듯' 할 때, 비로소 AI를 이긴 '인간 Writer'로 기록되고 회자되지 않겠는가.



-글. 당신을 AI에게서 이기는 글쓰기를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이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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