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못하면서 매일 멀미하는 기자
기자記者
신문, 잡지, 방송 따위에 실을 기사를 취재하여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
오랫동안 꿈꿨던 기자가 됐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 내일이면 수습을 뗀다.
명함에도 홈페이지에도 '기자'가 내 이름 곁에 쓰여있다.
그래서 글이 더 어려워졌다.
3개월 동안 두려움은 커졌고, 내 생각은 단 한 글자도 글로 적지 않게 됐다.
사색 없는 글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
알맹이 없는 수식뿐인 글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
단 한 글자도 무책임하게 쓰고 싶지 않다.
....
되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자꾸만 쌓여 갔다.
매일 멀미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매스꺼움과 두통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서랍 가득 멀미약을 쟁여놓고는 떠오르는 어지러운 생각도 말도 약과 함께 삼켜버렸다.
어지러운 세상에 구원자가 될 용기는 없으면서 곧은 선비는 되고 싶었나 보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다.
사회에, 회사에, 가족에게, 지하철의 옆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다수가 술로 잔을 채웠다. 나에게도 술을 권했다.
쓰기만 한 알코올과 함께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 한 토막을 다시 밀어 넣었다.
맛도 색도 향도 하나뿐인 알코올을 나눠 마시면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졌다.
사람들은 삼킨 말만큼 술을 마셨다.
그리고 나는 말을 삼키는 대신,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첫 번째,
내 생각을 글로 쓰고 싶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