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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Apr 16. 2020

21대 총선기획 기록

189일의 아이템

총선기획팀 첫 회의는 2019년 10월 11일, 그로부터 189일 드디어 총선이 끝났다. 총선기획팀은 20대 국회를 진단하는 <국회작동법> 시리즈부터 현역 후보를 검증하는 정책개발비 오남용 검증보도, 21대 총선 전체 후보자의 재산, 세금을 분석하는 보도들을 연달아 내놨다.

모든 언론사가 집중하는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세 명이 머리를 싸매던 시작부터 거의 모든 취재인력이 투입된 끝까지. 개인적으로는 그 해법으로 '비효율'을 찾은 것 같다. AI가 판세를 분석하고, 전국에 수백 수천 명의 기자가 총선 이슈를 다루는 시대에 내가 선택한 것은 '누군가 살펴야 하나 품은 들고 팔리지는 않는, 그래서 다들 하지 않는 비효율 아이템'이었다.


<국회작동법 3부작>

사람이 바뀌어도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국회. 국회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렇게 항상 욕을 먹는지 실상을 들여다보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연속보도했다. 이 보도를 하면서 중점에 뒀던 건 문제점 지적에 그치지 않는 것.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얘기하는 것. 덕분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시간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들여다보는 과정이 더 고단하고 길었다.

20대 국회 가결법안 전수분석, 입법왕 상위 10명의 발의법안 전수분석, 20대 국회 법안소위·상임위·소위원회 개회 및 심사현황, 국회법·국회의원수당법 처리현황등을 보도하기까지 방대한 자료분석이 필요했다. 거창해 보이는 이 많은 일들은 사실 엄청난 양의 반복 작업이었다.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같은 논의를 무한 반복하는 법안처리 과정처럼 우리의 작업도 한 발 겨우 나아가는데 숱한 시간이 필요했다. 끙끙거리며 인내하는 것만이 해답인 때였다.

결코 쉽지 않고 통쾌하지도 않은 3부작, 10개의 기사였지만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상>, 방송기자연합회의 <이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우리의 수개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위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도 1개월 후, 시빅해킹 커뮤니티 0011에서 연락을 받았다. 20대 의원 의정활동과 21대 후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다 하시기에 흔쾌히 응했다. 삽질의 결과물이 더 나은 사람들을 통해 더 많이 빛날 수 있다면 이보다 뜻깊은 일이 또 있을까.

[국회작동법 1부] '최악의 국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국회작동법 2부] '법 같지 않은 법'

[국회작동법 3부] 국회개혁, 총선과 만나다

[0011 모두다정치]


<총선 후보자 납세 내역 분석>

자극적인 판세 분석이나 진영 싸움 기사가 총선보도 대부분이던 시기에 후보자 납세내역 분석기사를 썼다. 사실 데이터팀은 이런 비슷한 작업을 매년 해왔다. 당장 기사를 쓰지 않더라도 데이터를 확보해두는 것, 그리고 그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뉴스타파 데이터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기사 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데이터팀이지만 숫자가 가득한 기사보다는 사람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적어도 누군가 한 명의 삶은 나아지기를 소망하며 기사를 쓰고 이 일을 한다. 이런 분석기사는 어떻게 써야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이 기사를 공유한 다른 선배가 "숫자로 가득차 있어 드라이하고, 감정이 없지만 뭔가 행간에 숨어있는 말들은 넘친다."고 적어준 그 포스팅 한 줄로 나쁘지 않은 기사였구나 생각했다. 그제야 기사를 내놓고도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사실 자료가 제대로만 공개됐다면 어느 언론사가 썼어도 먼저 썼을 기사다.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후보자 자료가 웹상에 공개된 지 열흘 만에 기사를 냈다. 손글씨로 쓰고, 합계도 맞지 않는 각기 다른 양식의 납세 내역 스캔 PDF에 어느 언론사도 이 작업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입력 양식을 정하고 입력하는데 두 명이 5일, 그 자료를 다시 정제하고 분석하는데 혼자 2일 걸렸다. 부디 이 수고로움 다른 분들은 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사 말미에 데이터는 CSV로 공개했다.

이번 총선 후보자 가운데 종부세를 내는 후보 비율이 일반 주택 보유자 가운데 종부세를 내는 사람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당별·지역별로 살펴보고, 종부세 대상자는 어느 지역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상자 각각의 재산 형성과정을 살펴봤다.

"총선 후보 5명 중 1명 꼴 종부세 납부자, 일반 주택보유자의 5배"

[총선후보 검증]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다 : 부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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