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예상과 현실

'결혼'과 '결혼식'은 엄연히 다르다.

by 베키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 나는 결혼과 결혼식을 같은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드레스, 예식장, 축하받는 하루… 그 모든 게 곧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단순히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준비의 시간이 길어지고, 수많은 결정과 고민의 순간을 지나면서 점점 깨달았다. 결혼식은 하루의 퍼포먼스이자 선언이었고, 결혼은 그 이후의 긴 여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둘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결혼의 본질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처음 결혼을 약속했을 때 우리는 설렜다. 화려한 예식장, 눈부신 드레스, 모두의 축복이 당연히 따를 것 같았다. 로맨틱한 결혼식, 그 자체가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상징하는 듯했다. 예식장은 화사하고, 드레스는 영화처럼 아름다우며, 하객들은 기쁨으로 가득한 얼굴로 박수를 쳐주는 장면만 머릿속에 그려졌다. 결혼은 그저 행복한 이벤트의 다른 이름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혼 준비는 그저 행복한 순간의 나열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는 그때서야 결혼식이란 단 하루의 퍼포먼스를 만들어가기 위한 수많은 선택과 협의, 조율의 연속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예식장, 스드메, 본식 촬영, 혼주 한복, 청첩장 디자인, 답례품, 신혼여행지, 투어 일정, 항공권, 숙소… 어느 것 하나 단순히 고를 수 있는 게 없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예식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고, 지인 한 분 한 분께 초대 연락을 드리는 일도 큰 마음의 짐이었다. 답례품 하나를 고르기까지도 한 달 넘게 고민을 거듭했다.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건 이렇게나 복잡한 일이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나는 점점 결혼식과 결혼은 다르다는 걸 배웠다.

결혼식은 단 하루, 그날 가족과 지인들 앞에서 우리가 부부가 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하루의 의식이자 퍼포먼스였다. 화려하고 엄숙하며 기쁜 자리. 하지만 그 하루의 선언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을 함께 내려야 했다. 그 수많은 선택과 조율, 협의와 양보의 시간 속에서 나는 ‘결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됐다.


결혼은 그 하루 이후의 평생이었다. 두 사람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어떻게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고 이겨내 갈지를 연습하는 과정이 바로 결혼 준비였다. 웨딩홀을 예약하고, 스드메 업체를 계약하고, 신혼여행지를 선택하고, 답례품을 준비하며 우리는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고, 서로를 배려하며 앞으로의 길을 그려나갔다.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앞으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함께 설 때, 어떻게 협의하고, 합의하고, 이겨내 가며 살아갈지를 배우고 실천하는 시간이다. 결혼식은 그 시작을 선언하는 자리였고, 결혼은 그 이후의 긴 이야기였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우리는 그 이야기의 첫 문장을 함께 써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결혼식이라는 단 하루의 이벤트에만 집착하지 않았던 내가 기특하다. 화려한 그 하루만을 위해 힘을 쏟기보다, 결혼이라는 본질에 더 집중하려고 했던 그 마음이 지금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결혼식은 단순히 화려함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공식적으로 부부임을 세상에 알리고, 그 선언을 기점으로 진짜 부부로서 삶을 시작하는 장치였다. 그 준비 과정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그 준비 과정에서 기쁘면서도 섭섭하고, 대견하면서도 슬퍼하며 여러 번 눈물을 보이셨다. 30년 가까이 함께한 딸을 보내는 과정이니 당연했다. 그 시간은 단순히 결혼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부모님도 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을 1년 가까이 준비하는 이 문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 덕분에 우리는 결혼식을 넘어 결혼이라는 긴 여정을 준비할 수 있었으니까. 결혼식은 단 하루였지만, 그 하루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혼이라는 평생의 여정을 준비하는 소중한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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