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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by becky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언론시사 다녀왔습니다.

룰루

너무 기다렸던 PTA 선생님의 신작! 올해 개봉영화 중 메타크리틱 평점 96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오스카를 향해 직진 중인 이 작품..

영화를 보고 난 후 바로 든 생각은 2시간 40분 러닝타임이 체감상 절반 정도였을 만큼 페이스가 시원하게 빨라서 좋았고, 내가 PTA선생님 영화를 보고 이렇게 웃어 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웃긴 장면도 많아서 참 새롭게 느껴진 너무 잘 뽑힌 블랙코미디/범죄 스릴러 영화란 것이었어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팬 포스터. 출처 X @AgustinrMichel

이 작품은 1990년에 출간된 바인랜드 Vineland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소설은 히피문화와 급진운동이 있었던 60~80년대가 배경이라고 하는데 이민자와 인종문제등이 극에 달한 현재 미국 상황에 두고 각색하기 너무 좋은(...) 소재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자신의 과거 때문에 위험에 빠진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를 구해내기 위해 여러 인물, 사건들과 얽히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여기서 감독님은 탁월한 기교로 이질적인 이야기들을 하나로 끼워 맞추며 즐거움을 줍니다. 선생님의 지문 같은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나 조니 그린우드 Jonny Greenwood 선생님의 음악(악기 구성 때문인지 <마스터>가 생각났다는... 이번에도 음악 너무 너무 좋다..)도 반가웠습니다.

(이 영화는 요즘 스튜디오 영화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비스타비전 VistaVision 비율로 촬영했다고 해요. 가로로 넓은 시네마스코프가 아닌 비스타비전은 긴장감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디테일을 보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PTA 선생님의 첫 IMAX 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을 용아맥 꽉 찬 화면으로 보니 너무 벅찼습니다. VOD 직행했던 영화들도 생각나고... 가능하면 큰 화면으로 보시길!)


또 기억에 남았던 건 배우들의 연기인데요. 초반 레오-후반 숀 펜이 미쳤어요(p). 활동하던 레지스탕스 조직이 와해된 후 본인을 놓고 살다가 갑자기 '딸 구하기 모드'가 되는 레오는 수십 개의 감정이 오가는 연기를 반복하는데 전혀 과해보이지 않아 신기했어요. 이제 어느 경지에 오른 것 같은..

숀 펜은 징그럽게 끝까지 밥과 윌라를 쫓는 스티븐 J. 록조 역할을 맡았는데, 겉으로는 유색인종을 비난하지만 흑인 여성에 대한 욕망은 가지고 있는 구역질 나는 군인남자 역할을 소름 돋게 연기해서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ㅜㅜ 밥의 딸인 윌라 역을 맡은 체이스 인피니티도 스크린 데뷔작임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화면에서 안정감 있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요즘 미국의 정세 때문인지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나 <에딩턴 Eddington> 처럼 메시지가 강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이런 영화들을 볼 때면 만듦새의 문제를 떠나 영화 자체에 빠지기 힘들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경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어두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무게중심을 잘 잡으며 영화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은 수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0월 1일에 정식 개봉하면 한 번 더 보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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