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북토크 -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저는 바게트 같아요.
예전부터 프랑스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마흔이 되어서야 두 딸과 함께 파리에 갔어요.
화려하고 맛있는 빵이 많았지만
저는 늘 아침마다 나오는 바게트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꼭 저 같았거든요.
20대 초반에 서울로 올라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겉이 딱딱한 바게트가 되어버린 것 같았어요.”
‘나는 무슨 빵일까?’ 이벤트 코너에서 한 독자님이 꺼낸 이야기였다.
울음을 꾹꾹 누르며 겨우 말을 이어가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넘쳤다.
나는 마이크를 받으며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북토크에서의 한 장면이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리면서도 뭉클하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독자들은 무엇이 궁금할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우리가 어떻게 책을 내게 되었는지, 그 시작과 과정, 그리고 책 속 이야기들을 정성껏 준비했다.
매일 연습을 하고, 다른 작가님들과 계속 맞춰보기도 했다.
우리는 준비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북토크가 시작되고 깨달았다.
중요한 건 우리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책에 썼던 수많은 빵 이야기처럼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빵이 있었다.
추억의 빵,
기쁨의 빵,
슬픔의 빵,
분노의 빵,
그리고 나를 닮은, 내 안의 빵까지.
책을 통해 연결된 독자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귀하고 소중했다.
어떤 분은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받아 들고 ‘술빵’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막걸리로 만들어주셨던 술빵.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았던 그 술빵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목이 메셨다.
비슷한 연배의 독자님들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술빵이 떠올랐다.
은은하고 담백한 냄새와 함께 폭신한 식감이 입안을 맴돌았다.
그날의 북토크는 우리가 아니라 독자들의 이야기로 비로소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