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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Mar 31. 2022

어른들은 덩치가 크다

구리시 행복학교 '또래 공감학교' 첫 번째 모임

구리시 지원을 받아 초등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함께 프로그램 진행하는 선생님이 찍어주신 사진이다.

초등 집단을 진행하는 내 사진을 볼 때마다 새삼 놀랍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체구가 작고 어른인 나는 아이들보다 거의 두 배 정도 더 크다.

실은 초등 집단에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느라 의자도 일부러 낮은 것을 찾고, 몸도 웅크리고 일부러 꺼부정 하게 앉는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청 크다.


저렇게 커다란 어른이 아이들 눈엔 어떻게 보일까. 무섭지 않을까? 부담스럼 진 않을까?

사진으로 내가 본 내 모습도 부담스럽게 큰데 당연히 아이들은 더 그렇겠지.

나도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뒤져 아버지의 넓은 어깨와 푹신했던 배를 기억해 낸다.

무거운 연탄을 집게로 집어 번쩍 들어 올리시던 엄마의 두꺼운 팔을 기억한다.

키와 몸무게가 폭풍 성장하던 사춘기 때는 나도 내 몸의 변화를 주시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이렇게 커진 몸으로 몇십 년을 살다 보니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에게 당연한 것이다.

나 보다 몸집이 작고 힘도 약한 초등학생들이 보기에는 당연한 키와 몸무게가 아니다.  

내 중심에서 상대방 중심으로 관점을 옮기는 것,  상담의 기초 중에 기초다.


최대한 내 힘을 빼고 아이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신나게 놀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자.

다행히도 첫 모임에서 아이들은 비교적 잘 노는 것 같다.

남학생이 절대다수이고 그중에서도 산만함에 절정을 달린다는 4학년 남학생이 5명이나 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차분함과 섬세함이 흐르는 그룹이다.

어떤 모험과 이야기가 펼쳐질지 남은 9번의 모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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