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후 사색시간
시댁과 친정이 모두 경남이다.
신랑은 경남고성 나는 경남김해
덕분에 매년 긴긴 드라이브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명절이다.
3-4시간 고속도로위를 달리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사색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신랑과 대화의 주제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일상이지만
올해는 유달리 시댁 친정 부모님들의
나이 듦이 와닿게 느껴진 한 해였다.
강인하던 눈빛도,
꼿꼿했던 풍채도,
새까맣던 머리카락도,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앞으로 봐도 옆으로 봐도 이젠 진짜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다.
내 기억에 아직도 까만 머리 가득한
눈빛이 살아있던 엄마 아버지였는데
마음 한편이 속상했지만
나 또한 맞이할 미래라는 생각을 하니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
고작 40밖에 안된 내가
70을 갓 넘긴 우리 부모님을 뵈면서
나의 70대는 어떨지 상상하게 된다.
건강하고 얼굴에 온화함이 풍기는 노인으로
나이 들고 싶다.
부모님은 지금의 자신의 나이가
어떨까?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며
또 그 나이 듦을 인정한다는 게 쉬울까?
혼자서 물음표가 참 많아졌다.
최근 내 머리 곳곳에서
인사하는 흰머리 카락들을 마주하며
우울감이 찾아온 나였는데,
시간이 더 지나 백발의 모습을
내 거울에 나와 마주할 땐
어떤 마음일까?
난 나의 나이 듦을 받아들일 충분한 마음의 준비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지금 마음으로는 그게 참 힘들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시절
할머니를 보며
난 할머니가 될 줄 생각도 못했고,
지금의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내 눈앞에서 활짝 핀꽃이었다가
서서히 지고 있는 한 사람의 생애를 보며
왜 이렇게 감정이 이입되는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울컥했던 올해 명절이었다.
내가 보는 부모님들은
여전히 유머를 잃지 않고 계시고
여전히 두 분이서 티격태격하시며
여전히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계시는 것 같다.
다만 그동안 고생하며 사셨던 거에 비해
지금도 온전히 자신의 삶을 즐기기만 하진 못하시는 것 같아서
자식으로서 속상하다.
나의 70대는
조금 더 마음도 시간도 여유롭고 싶다.
자식들에게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이
조금 더 활기차길 바란다.
그때는 또 그때만의 즐거움을 찾아
살고 있길
그리고 무엇보다 무언갈 계속
해나가고 있는 삶이길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나의70대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상상속으로 하며 왔다.
내 옆에 앉아있는
해맑은 우리 신랑은
이런 나의 상상과 생각들이
왜 벌써부터 걱정인가~ 하며
갸우뚱해 하지만
내가 상상하고 계획하는 나의
70대에 절친이 우리 신랑이니
결국 내가 그린 큰 그림 속에
항상 함께 할 테니 내 맘대로 생각하련다.^^
예전에 펑펑 울며 보았던
'폭삭 속았수다' 드라마가 생각나는 하루였다.
그 드라마에서
엄마의 시간이 흘러 딸에게 간다.
엄마의 젊음을 먹고 자란 딸아이가
자신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대사가 참 많이 와닿았는데
딸이면서 엄마인 내가
그 마음을 받아도 보고, 내 자식에게 그 마음을 줘보기도 한
입장에서 참. 슬프지만 맞는 말이다.
우린 누군가의 시간을 먹고 자랐다.
그 시간들 덕에 또 예쁜 꽃이 되어 피고
시간이 되면 나의 시간을 또 내 후대에게
내어주고 예쁘게 피워 오르게 만든다.
인간의 돌고 도는 인생이
참아름답지만 또 애달프기도 하다.
내 인생에 남은 여정에
또 다른 꽃들을 피워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