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생일을 핑계 삼아 1박 2일로 가까운 여행을 떠났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여 페라호라(Perachora)의 불랴그메니(Vouliagmeni) 호수를 찾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호숫가에 작은 교회는 호수의 우아함과 잘 어울렸다. 물결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서 있으니 산에 둘러 싸인 호수와 그 온 생명들이 나를 통과하는 느낌이다.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돈 후 호수 가까이에 위치한 헤라이온(Heraion)에 가 보았다. 헤라 여신을 모시던 성소 유적지이다. 기원전 6세기 정도에 지어진 이 곳은 고린도 만 끝에 위치해 있으며 반원 형태로 패인 해안선과 절벽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래된 유적지보다 더 오래된 자연이 오래전 그 때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그들은 얼마나 열심히 이곳에서 제의를 했을지, 그리고 그 때의 이 곳은 또 얼마나 생기가 넘쳤을지.
오래된 유적지보다 더 오래된, 하지만 여전히, 날마다 새로운 자연 앞에 서 있다. 바위 끝에서 투명한 바다를 한참동안 바라보며 오늘도 새롭고 생기 넘치는 파도 소리에 나를 정화시켰다.
헤라이온 유적지를 돌아보고 바로 옆에 있는 등대까지 올라가 보았다. 절벽 꼭대기에 오르니 햇살 받은 푸른 고린도 만 해변이 그림처럼 드러난다. 그리스의 자연은 언제나 푸르고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