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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soo Mar 29. 2022

그리스 독립기념일

그리스 일상

 3월 25일은 1821년 그리스가 400년간의 오스만 제국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021년은 그리스 독립 200주년이 되는 해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행사들을 거의 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올해의 독립기념일에는 작년의 안타까움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빛나는 날씨가 이 날을 축복했다.

 2022년 3월의 그리스 날씨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강한 바람과 흐린 하늘, 자주 내리는 비로 사람들은 여전히 겨울을 살았는데 이 날 만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 한 점 없는 그리스 특유의 푸른 하늘과 밝은 태양이 독립기념일을 축하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흐려졌다.)

 작년에 하지 못했던 퍼레이드도 도시 곳곳에서 진행됐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신타그마 광장을 찾았다. 거리는 이미 통제되어 있었고 도로 한 가운데 잔뜩 윤을 낸 수 십 대의 탱크들과 경찰 오토바이들이 정렬해 있었다.


 신타그마 광장과 국회의사당 건물이 한눈에 보이는 빌딩 꼭대기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이미 테라스 쪽 좌석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테라스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카푸치노를 마시며 퍼레이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 사이 이미 카페는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전망 좋은 카페로 소문난 곳이었나 보다.


 그곳에서 한동안 퍼레이드를 구경하다가 좀 더 가까이서 현장감을 느껴보고 싶어서 카페를 나와 광장 맞은편 호텔 쪽으로 갔다. 여러 대의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들이 하늘에서 축하 비행을 했고 그리스 군인들의 화려한 의상과 행진이 이어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에 독립기념일이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배하고 지배당했던, 전쟁과 아픔의 역사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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