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comingsoo Apr 01. 2022

오늘

그리스 일상

 태블릿의 달력 앱에 하루 일정이나 그날 먹은 것들을 간단히 기록하는데 사용법을 완전히 알지 못해서인지 지난 한 두 달의 기록들이 모두 사라졌다. 점점 더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 먹은 것도 기억이 잘 안 난다.

 허탈한 마음에, 아날로그적으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문구점에 들러 다이어리를 하나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구점 빌딩으로 걸어가다가 빌딩  공터에서 집시 가족의 모습과 마주쳤다. 빌딩 건너편에서 흐릿하게 아이가 갑자기 허리를 숙이는 모습을 봤는데 지나가는 자동차에 가려 정확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길을 건너고 나서야  모습이 엄마가 아이의 머리를 감기려는 모습인 것을 알았다. 1.5리터 페트병에 담긴 물로 7-8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의 머리를 감기고 있었다. 아이는 짜증섞인 울음소리를 냈다.  울음이 무슨 울음인지 안다. 어릴  엄마에게 머리 감김을 당할      그렇게 울었을 것이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그랬을 이다.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주방세제로 감기고 있었다. 옆에서   어린 여자 아이가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긴장된 표정으로 옆에  .

 

  문구점에 들어가서 적당한 다이어리를 하나 골라 사서 나왔는데 집시 가족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조금전 울며 머리를 감았던 남자아이는 언제 그랬냐는듯 여동생과 신나게 총을 당기는 시늉을 하며 놀고 있었다.


 삶은 어떤 모습이든지 살아있다. 삶은 살아서 삶이다. 모든 다름을 그대로 바라보고 모든 ‘살아있다’를 살아있기에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오늘이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스 독립기념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