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일상
그리 바쁠 것도, 피곤할 것도 없어서 굳이 ‘휴가’라고 이름 붙이기도 뭐하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곳으로, 집이 아닌 곳에서 남이 주는 밥을 먹으며 며칠간 쉬기로 했다.
매일 매끼 내가 먹을 밥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상이지만 멈출 수도 없는 것이어서 때로는 그것이 일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 중차대한 부분을 누군가가 해 준다는 것 하나만으로 ‘휴가’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풀 보드로 예약한 호텔 리조트는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넓은 풀이 세 개, 식당이 두 곳, pool bar가 두 곳인데 음식과 음료가 모두 무료다. 무언가를 지불해야 하는 절차조차 없어서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아무 걱정 없는 머묾이 이루어졌다.
일 년, 또 일 년..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생활 루틴이 하나씩 하나씩 추가된다. 대부분이 몸을 위한 루틴이라 멈추면 더 불편해진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하나씩 추가되어 늘어난 그것들을 어느 정도 마친 후에 발코니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쓴다. 사실 그 행위조차도 일상의 루틴이긴 하지만.
한낮의 뜨거움을 피해 오후 5시쯤 수영장으로 나갔다. 벤치마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앉을자리조차, 수영할 공간조차 없을 만큼 많은 것은 아니다. 이곳에 온 후로 그런 숨 막힐 듯한 빽빽함은 경험한 적이 없다. 내내 쏟아지던 햇빛을 받아 물 온도가 적당했다. 수영을 배운 곳이 수영장이어서 아무래도 바다 수영보다는 익숙하고 편하다. 물론 바다 수영만이 주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있지만.
한참을 물에 있다가 나와 오렌지 주스 한 모금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마주친 고양이. 그도 뜨거운 햇빛은 싫은지 나무 그늘 밑에서 조용하다. 고양이들은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는 테이블 옆 의자 위에 폴짝 뛰어오르기까지 했는데 그조차도 우아하다.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거슬리지 않으면서 같은 공간에 머문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러한 머묾과 공존은 가능할까. 그것은 오로지 유토피아일 뿐일까.
내가 몸을 기울여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위가 부디 그들에게 불편함이나 거슬림이 되지 않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