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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soo Nov 16. 2022

환절기 앓이 또는 놀이

그리스 일상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몸이 별로 좋지 않다. 아침에 하는 스트레칭 외에 딱히 하는 운동이 없어서 걷기 운동  거의 매일 밖에 나갔다. 11월의 아테네는 따뜻하다. 해를 등지고 걸을 때는 등에 땀이  정도다. 계절 변화를 사람들의 복장으로 느낀다. 반팔을 입어도 괜찮을 날씨에 이들은 패딩점퍼와 스웨터를 입는다. 겨울 기온이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곳에서는 겨울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뜰 즈음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좀 피곤하면 버스도 탔다가 하면서 딱히 목적 없이 돌아다녔다. 걷다가 단골 카페에 들러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 놓고 햇빛을 쬐었다. 또 다른 날에는 지하철을 타고 종종 들르는 쇼핑몰에 갔다. 꼭대기 층에 식당과 카페가 있는데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정면에서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보며 햇볕을 쬐었다.


또 하루는 오랜만에 시내 한복판으로 외출을 했다. 신타그마에서 모나스티라키까지 걸었다. 시내에 나온 김에 집에 똑떨어진 커피콩도 샀다. 언제 볶았냐고 했더니 볶은 지 4일 됐단다. 만족스러운 구매에 기분이 좋아진 걸까. 좀 더 걸었다. 모나스티라키 광장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든다. 광장 옆 루프탑 카페로 올라가니 모나스티라키 광장에서 아크로폴리스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오후 4시의 햇살을 머금고 반짝였다.


지극히 아무 일도 없는 이런 나날들을 충분히 느끼면서

11월의 햇살을 온몸 가득히 끌어안으며 걷다 보면 이 환절기 앓이도 넘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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