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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soo Mar 15. 2022

1월 17일

있었던 것들과의 마주침, 낯섦 또는 껄끄러움.

오늘 글리파다는 바람이 불고 추웠다. 어제 종일 비가 내린 후, 오늘은 하루 종일 선명한 하늘과 햇살이 눈부셨다. 바람은 찼다.


책상에 앉아 오랜 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느라 어깨는 매일 쑤신다. 햇빛이 좋은 날은 전기보일러를 켜면 물이 훨씬 더 뜨거워진다. 오늘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불규칙한 온수, 바깥보다 춥게 느껴지는 실내 구조는 이제 그럭저럭 익숙하다. 그것들은 그냥 그대로 ‘거기’ 있어왔다. 외려, 있어왔던 ‘거기’에 던져진 내가 그들에게는 낯설 터. 그러나 그 낯섦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례하지 않다. 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세심하지 않기에 다행이다. 오히려 힘든 것은 사람이다. 각자 제 나름대로 살던 조용한 시공간에 갑작스레 발생한 서로의 ‘있음’은 그 자체로 시끄럽고 균열이 난다. 그저 그녀/그의 ‘있음’만으로 신경이 곤두선다. 하여, 내가 하던 방식이 아니라고, 혹은 내가 하던 식대로 하길 바라는 과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를 덮친다. 내가 살던 방식이 누군가의 인내와 굴종을 전제하는 방식이라면, 그리고 내 삶의 방식과 습관이 그런 방식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기까지에도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 삶의 방식은 그렇게 무례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도리어 화를 내고 방어막을 세우는 편이 오히려 쉬울지도 모른다.


 인간의 ‘언어’는 때로 부질없게 느껴진다. 참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지만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아무 말하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그 한계 많은 언어로 소통하려는 인간의 몸짓은 얼마나 껄끄럽고 삐걱대는지. 입을 떼는 동시에 오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그렇게 알게 모르게 주고받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어깨와 손에 임하는 걸까. 청소와 설거지 같은 무한반복 노동에 부질없는 필수성이라는 모순을 느끼며, 아픈 어깨와 손가락을 핑계로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를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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