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외 5명, <감응의 유물론과 예술>, 도서출판b, 2020.
감응(affect)에 대한 책을 읽는 중에 생물학에서 제기된 흥미로운 내용을 새로 알았다. 계통수의 분기로 일어나는 차이의 진화가 아니라 융합을 통한 진화가 생물의 다양성을 이루어낸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하나였던 것에서 나뉘어져서 분기되는 게 아닌, 서로 다른 개체가 융합되어 다름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수목형'과 '그물형'이라는 용어로 들뢰즈의 리좀 개념과 연결시킨다.
과학과 철학의 관계는 과학의 탐구가 계속되는 한 무한히 생성될 영감의 원천이기에 낯설지 않은데, 오늘이 또 새로운 이유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져서다.
개체들 간의 먹고 먹히는 일이 일어날 때 먹은 쪽도 먹히는 쪽도 완전히 먹거나 먹히지 못하고 일정 부분이 남아 공생하게 된다는 내용이 오늘 아침 나의 망치가 되었다. 완전하게 소화되지 못한 먹기는 먹힌 개체와의 예기치 못한 관계를 형성한다.
개체의 형성도 예상치 못한 현상에서의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 일어나듯,
삶이란 것도 매번 같은 것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매 순간 미묘하게, 그러나 새롭게 다름을 만들어내는 차이가 사이사이 박혀 이루어진다.
어제는 희디 흰 구름이 하늘과 함께 있었고, 오늘은 푸르디푸른 하늘만이 청청하다.
어제의 바람은 시원했으나 오늘의 바람에는 열기가 섞여있다.
어제는 이진경의 논문을, 오늘은 최유미의 논문을 읽는다.
어제는 옥수수콘을 넣은 샐러드를, 오늘은 렌틸콩을 넣은 샐러드를 먹었다.
오늘은 잠시 잊고 있던 스트레칭 동작 하나를 추가했다.
매일 반복되는 것 같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새로운 삶이 창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