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일상
복숭아를 좋아한다. 딱딱한 복숭아, 물렁한 복숭아 모두 좋다. 여름, 납작복숭아 철이 되면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는다. 납작복숭아는 한국의 딱딱한 복숭아 맛이랑 비슷하다. 그런데 마트에 갔더니 납작복숭아 모양인데 천도복숭아처럼 껍질이 매끄럽고 말캉한 것이 있었다. 맛은 물렁이 복숭아 맛이다. 과육이 풍부하고 향기롭고 달콤하다. 이로써 납작복숭아 딱딱이와 물렁이를 모두 먹어본 셈이다.
하루 두 번의 식사 중에 첫 번째 식사를 마치고 나서 항상 커피를 한 잔 내린다. 핸드드립으로 따뜻하게 한 잔.
스페셜티 원두 한 두 봉지 씩은 한국에서 가져온다. 그리스도 핸드드립으로 내리는 필터 커피가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아서 신선한 원두를 구하기가 한국처럼 쉽지는 않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제법 큰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올 때면 항상 들르는 카페가 있다. 마침 집과 마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쉬다 가기 좋다. 게다가 커피도 훌륭하다. 그리스에서는 언제나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커피를 기다리면서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가게 안을 무심히 보다가 원두 판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제법 최근에 볶은 원두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커피맛은 이미 검증된 터라 의심 없이 원두 한 팩을 사 왔다. 다음 날 한 잔 내렸는데 고유의 향미가 풍부하게 올라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훌륭한 카페가 있고
좋아하는 복숭아를 실컷 먹을 수 있어
좋다.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매일 새로워 매일마다 "깔리메라!(좋은 날!)"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보면 항상 거기 있는 푸름이
복숭아를 씻어 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붉음이
결코 사소하지 않게 일상을 물들인다.
하루하루
내가 있는 자리의 풍경들을 소중히 눈에 담는다.
정주하는 일상이었다면 미처 그리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떠날 날이 정해져 있기에 지금 자리의 풍경이 더 진하게 새겨진다.